[기자수첩] 지속되는 게임업계 'PC' 논란···배척만이 최선일까
[기자수첩] 지속되는 게임업계 'PC' 논란···배척만이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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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최근 소니에서 야심차게 출시한 하이퍼 신작 FPS '콘코드(Concord)'가 출시 2주만에 조기 종료를 선언하며 게임의 정치적 올바름(PC)에 대한 쟁점이 또 다시 부상하기 시작했다. 거부감이 드는 외모와 트랜스젠더 설정 등 '과도한 PC' 표현이 게임을 망쳤다는 이유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거부감은 '콘코드' 이전부터 이어져왔다. 블리자드의 흥행작 '오버워치'는 등장 캐릭터 '트레이서'와 '솔저76'가 성소수자라는 설정이 붙으며 거센 비판을 받았고, 너티독의 '라스트 오브 어스2', EA의 '배틀필드5', 게릴라게임즈의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등 수많은 게임들이 여성과 성소수자, 유색인종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이유로 홍역에 휩쌓였다. 

최근 등장하는 일부 글로벌 신작 게임이 지나치게 교조적이거나 메시지에 치중해 게임성을 놓치는 것은 아쉽지만, 소수자가 등장하는 게임에 과도한 적개심으로 'PC' 낙인을 찍어 다양성에 대한 건전한 논의가 배제되는 분위기 역시 우려스럽다. 

게임에 유색 인종과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것은 게임을 즐기는 일부 사람들에겐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있지만, 그간 사회적 소수자라는 이유로 주류 담론에서 배제돼온 이들에게는 존중과 소속감을 제공함과 동시에 문화에 대한 복합적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오버워치'에 한국인 캐릭터 '송하나'가 등장했을 때 국내에서 받은 뜨거운 관심과 맥락을 공유한다.

그럼에도 정치적 올바름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은 이를 일종의 '사상'으로 규정하고 '자신을 가르치지 말라', '사상을 주입하지 말라'고 표현한다. 심지어는 최근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에 등장한 'PC 주의' 게임 리스트처럼 단순히 게임 내 사회적 약자의 존재만으로 'PC 게임'이라는 딱지가 붙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해당 리스트는 흑인 스시 요리사가 등장하는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 동성애 로맨스를 선택할 수 있는 '발더스 게이트3' 등의 게임까지 모두 'PC'를 이유로 비추천 목록에 포함했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을 단순히 반인권적 행위로 규정하기에는 게이머들이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느낀 피로감도 고려해야 한다. 'PC'를 방패삼은 게임적 결함의 정당화, 게이머를 향한 일부 제작진의 교조적이고 오만한 태도, 미형의 캐릭터가 점차 사라지는 것에 대한 불만 등 수 많은 이야기가 모여 형성된 거대한 불씨에 가깝다.

문제는 이처럼 다양한 주제의 담론과 비판이 '반PC주의'라는 이름 아래 뭉뚱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처럼 다양한 주제의 담론과 비판이 '반PC주의'라는 이름 아래 뭉뚱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점점 '못생겨지는' 캐릭터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왜 게임 내 유색 인종은 백인 시선의 스테레오 타입으로만 그려지는 지, 그간 게임 내 미형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물화된 가치만을 지니지는 않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PC'로 게임의 부족함을 방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 행위에 대한 비판과 게임의 본질적 재미를 위한 개선책을 제안하면 된다. 이 모든 것을 '과도한 PC'로 낙인찍고 배척하는 것이 업계 발전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

혹자는 'PC'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정치적 올바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라는 전제를 덧붙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다양성의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주장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소수자의 이야기는 '불편하고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일 수 있다. '보통'이란 말은 보편성에 인위적인 기준을 세우고 그 이외의 것을 소거해 형성된다. 우리는 누구나 보편적 행복추구권을 가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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