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떼어낼까?···구조조정 '압박'카드 가능성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떼어낼까?···구조조정 '압박'카드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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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연내 파운드리 분사···기술 유출 우려 잠재우고 고객 확보 총력
삼성전자, 대규모 투자에도 경쟁력 저하···체질 개선 위한 분사 가능성
투자금·주주가치 등 숙제···"우려 있지만, 경쟁력 확보 위해 분사해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 (사진=삼성전자)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분사 가능성이 다시 한 번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는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결정까지 맞물리면서 업계에서도 삼성전자의 분사 가능성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인텔은 실적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올해 안에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겠다고 지난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 시장에 복귀하면서 지난해까지 250억 달러(약 33조원)를 투입했다. 그러나 핵심 고객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적자 53억 달러(약 7조원)를 기록했다. 

인텔은 이번 분사 결정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사업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인텔은 자체 칩 생산도 함께 하기 때문에 기술 유출을 우려한 고객사(팹리스)가 생산을 맡기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자체 칩 생산과 파운드리가 별개의 영역으로 나뉘어져 고객사 확보가 더 쉬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파운드리 사업을 함께 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은 전세계에서 삼성전자만 남게 됐다. 인텔이 파운드리 분사 결정을 내리면서 삼성전자 역시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주장은 2021년부터 증권업계를 통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의 LCD사업부의 분사 소문이 돌았다. 회사 측에서 이를 부정하면서 이 같은 소문은 해프닝에 그쳤지만, 파운드리 사업의 장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분사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그동안은 파운드리 사업의 잠재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과감한 비전 덕분에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이재용 회장은 2019년 '비전 2030'을 통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부문을 2030년까지 세계 1위로 올려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대만 TSMC를 잡고 글로벌 1위에 올라서야 하지만, TSMC와 점유율 격차는 2019년보다 오히려 더 벌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19년 당시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48.1%로 1위, 삼성전자가 19.1%로 2위였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TSMC가 61.7%, 삼성전자가 11%로 나타났다. 

여기에 증권가에서는 올해 파운드리 사업부 적자가 1조7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특히 파운드리 및 LSI 사업분야는 1분기 2000억원대 적자에서 2분기 3000억원대로 적자 규모가 더 늘어났다. 

또 최근 국내외 주요매체와 관련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해외 인력을 일부 감축하거나 파견 인력에 대한 국내 복귀를 진행했으며 올해 안에 파운드리 분사를 위한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인스타그램)<br>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인스타그램)<br>

다만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자금 확보부터 삼성전자 주주가치 하락 등의 이유로 분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파운드리 사업은 생산라인 1개를 만드는데 약 20조원 가량 투입된다. 파운드리 사업의 연간 매출이 20조원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특히 대형 팹리스들이 TSMC로 집중되는 가운데 인텔까지 파운드리를 독립시키면서 수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수주 잔고는 약 22조원에 이른다. 역대 최고 수준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지만, TSMC, 인텔 등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추가 투자를 위해서는 분사가 다소 무리한 결정일 수 있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또 파운드리 사업 분사로 자칫 삼성전자의 주주가치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LG화학은 2020년 배터리사업부를 분사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했다. 이후 2022년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알짜 사업을 떼어낸 LG화학은 주주가치가 오히려 하락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당장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삼성전자 주주가치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27년 1.4나노 양산을 목표로 하고 TSMC와 기술 경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TSMC 역시 2026년 하반기 1.6나노, 2027년 1.4나노 양산 계획을 세웠다. 

이 같은 우려가 있지만 업계에서는 인텔과 마찬가지로 고객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처럼 자체 칩 생산을 하는 기업의 경우 기술 유출의 우려가 있어 고객사들이 위탁생산을 맡기길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파운드리 사업을 떼어낸다면 고객 확보가 더 용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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