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긴급'하게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연내 종목 변경'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24일 지수 발표 이후 얼마나 많은 혹평에 시달렸는지 당시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현장에 나타나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선 것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밸류업 지수를 구성할 기업들에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저평가 고배당 성장 기업들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다만, 지난 5월 27일 KB금융의 예고 공시 이후 4개월여간 밸류업 공시가 불과 46개(24일 기준)에 그쳤고, 이마저도 3분의 2는 예고일 뿐이라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거래소는 밸류업 예고 공시조차 하지 않은 기업들까지 모두 포함해 기존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 지수와 다를 게 없는 지수를 들고나왔다.
특히 최근 대주주를 위한 합병 시도로 논란이 됐던 두산밥캣이나 배당 대신 신사옥을 짓겠다는 엔씨소프트 등 종목들이 포함됐고, 주주환원에 호의적인 금융·통신 종목들은 제외됐다.
결국 선정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외국계 투자은행인 UBS는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보낸 노트에서 "밸류업 지수가 작동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거래소가 빨리 깨닫길 바란다"며 "시장 참여자들의 가치 있는 조언이 시간 낭비가 됐다"고 혹평했다. 다만, UBS 측은 한 직원이 일부 고객들과 공유한 개인적인 생각으로 부적절한 표현이 일부 포함됐음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밸류업을 먼저 시행했던 일본의 경우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이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자기자본비용(COE)을 넘는 기업을 시가총액 순으로 담은 'JPX프라임150' 지수를 내놨다.
JPX프라임150의 기준에 따라 코스피 종목 중 PBR 1배 이상, ROE 8% 이상인 곳 중 배당을 실시한 곳은 77개(26일 종가 기준)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종목은 35개에 그쳤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코스피 종목이 67개인 점을 고려하면 32개는 일본 지수의 기준에 못 미치는 종목이 담겼다는 의미다. 밸류업 공시로 특례를 받은 6곳(메리츠금융지주는 일본 지수 기준에 부합)을 제외하더라도 26개나 된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서 빠진 종목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삼성SDI(1.33배, 11.48%, 1000원 배당), SK텔레콤(1.05배, 9.63%, 3540원), 삼성SDS(1.34배, 8.22%, 2700원), 현대로템(3.3배, 10.06%, 100원) LS ELECTRIC(2.75배, 12.61%, 2800원) 등 최근 강세를 보이는 쟁쟁한 종목들이다.
반대로 빠져야 하는 종목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HMM, 대한항공, 두산밥캣, 셀트리온, 에스엘,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효성첨단소재, 엔씨소프트 등이다.
거래소 측은 해명 기자간담회에서 "지수 콘셉트는 수익성, PBR, ROE 등 질적 지표가 우수한 대표 기업들로 구성된 시장 대표 지수"라며 "당장의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둔 '테마성 지수'보다는 기업의 밸류업 참여 촉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다수가 납득할 만한 기준의 종목들이 제외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밸류업 지수는 우리 자본시장의 장기 성장을 주도할 중요한 지표다. 부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 여느 관제 펀드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박시형 증권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