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결정적 이유로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좌절한 20,30세대의 이반을 꼽는 이들이 많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적 활동이 위축되며 취업에 어려움을 겪은 젊은 세대가 부동산 차익을 얻은 기성세대들을 통해 미래의 희망을 빼앗겼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지금 전 국민을 걱정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의료대란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전공의들의 빼앗긴 희망을 얘기한다. 전문의가 되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바라고 속칭 열정페이라 일컬어지는 박봉에 장시간 병원에 묶여 지내는 고생스럽기 그지없는 수련의, 전공의 시절을 견뎌내던 젊은 의사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보며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좌절감을 느껴 현장을 박차고 떠난다는 해석이다.
미래의 장밋빛 약속이 사라진다면 당장 편한 현실에 안주하고 싶다는 그들의 선택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개인의원 개업을 하지 않고 단순히 페이닥터로 취업하더라도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고된 전공의 과정을 받는 것보다 실익이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는데 그들에게 굳이 미래를 기약하기 힘든 고된 길을 코 꿰어 가라고 요구하기는 무리다.
그보다 앞서 현 정부에서 올해 R&D 예산을 대폭 삭감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진로변경을 고민한 젊은 과학도들이 많았다. 또 학위를 받고도 추가로 연구경험을 쌓던 포스트닥터들은 국내 연구에서 배제되는 순간 해외로 눈을 돌려 걱정을 자아냈다.
이들 역시 과학기술을 경시하는 정부를 보며 이 땅에서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절망을 드러냈다. 4차산업시대를 이끌어갈 젊은 연구자들에게서 희망을 빼앗아간 결과다.
지금 저출산 문제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유독 한국은 그 출산율 감소 속도가 과하게 빠르다. 이 문제를 먼저 겪은 유럽의 경우 정부의 진지한 대응 덕분에 더 이상의 출산율 감소는 막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들이 대응을 시작한 시점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으며 아직도 감소 추세는 지속되고 있어서 한국사회 자체의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인구소멸은 해외 이민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출산율 감소 속도에 맞추다보면 한국사회의 정체성 혼란 등 여러 문제들을 겪을 수 있어서 그에 앞선 대비책 먼저 강구돼야만 한다. 인구감소가 걱정되는 이유는 사회 소멸의 염려도 있지만 그보다 미래세대의 노령세대 부양부담이 과도하게 커진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이처럼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출산율 감소 현상은 정부가 문제를 인식한 이후 역대 정부가 여러 정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이 없었다. 근본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채 대증요법만 쓴 까닭이다.
일단 학업을 마치면 취업할 수 있어야 하고 취업을 하면 일단 가구독립이 가능해야 젊은 이들이 결혼에 대한 1차적 두려움과 망설임은 해소될 것이다. 물론 경제적 문제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결혼을 망설이는 혹은 포기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제거되는 셈이니 일단 결혼 커플은 확실히 늘어날 수 있겠다.
출산은 좀 더 복합적이기는 하다. 일단 아이 양육비용의 부담이 가장 클 테지만 현실적으로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지가 현저히 부족한 데다 직업 특성상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이 가능한 경우가 오히려 드문 게 우리사회다. 이런 사회 환경은 육아에 지쳐 부부를 갈라놓기도 하고 많은 경우에는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각오해야 할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운이 좋아 부모나 다른 가족의 육아 도움을 받더라도 부모가 너무 일이 바쁜 경우 육아에 거의 참여할 수 없어 스스로를 '생부', '생모'라고 자조하기도 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안정적인 사회소득 보장과 더불어 노동환경의 개선이 좀 더 이뤄져야만 한다.
그러나 아직도 정책을 다루는 이들은 젊은 부모들이 겪는 여러 측면에서의 갈등과 고민에 공감하지 못한다. 소득불평등 문제를 외면하면서 내놓는 저출산 대책이 공소하지만 그보다 노동시간 유연화라는 명목으로 시간 연장을 시키려는 정부가 이 문제에 내놓을 해법 자체가 기대할 바는 없지 싶다.
젊은 세대에게 대체 우리 사회는 어떤 희망을 주고 있는지 기성세대나 기득권층이나 모두 겸손하게 숙고하는 철든 사회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