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너지 아파트' 내년 시행···"천정부지 공사비 어쩌나"
'제로에너지 아파트' 내년 시행···"천정부지 공사비 어쩌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시행하려 했으나 침체된 건설경기에 1년 유예
시행으로 가구당 130만원 공사비 상승 예상한 정부
"태양광 설치비 적지 않아···결국 분양가에 반영될 것"
(사진=pexels)
(사진=pexels)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내년부터 탄소중립을 위한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가 민간 공동주택으로 확대된다. 건설업계는 이에 맞춰 대비하고 있었단 입장이지만, 의무화 시행을 전후로 공사비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 적용하는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주택 건설기준' 개정안을 올해 4월 행정예고했다. 당초 정부는 이 같은 방침을 올해부터 시행하려 했으나 건설경기 침체 등을 고려해 내년부터 시행으로 미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09년 친환경 주택 건설기준을 만든 뒤, 제로에너지 주택을 확대하기 위해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왔다. 건축물은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1∼5등급으로 분류하는데, 2020년 1000㎡ 이상 공공건물에 대해 5등급(에너지 자립률 20∼40%) 인증을 의무화한 뒤 현재 공공이 30가구 이상 짓는 공동주택에 5등급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내년부턴 민간 아파트에도 확대 적용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민간이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으려면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여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단위면적당 1차 에너지 소요량(전력 생산·운반 과정에서 나타나는 손실을 감안해 계산한 에너지 소비 규모)은 지금의 설계기준 120kWh/㎡·yr에서 100kWh/㎡·yr로 강화된다. 또 현관문과 창호의 기밀 성능(실내 공기가 밖으로 새는 것을 최소화하는 성능)은 무조건 1등급을 획득해야 한다. 에너지 자립률은 '5등급 수준' 이상 인증을 받아야한다.

국토부는 이러힌 제로에너지 건축물 성능 강화로 가구당 약 130만원(전용 84㎡ 기준)의 건축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업계는 이 금액은 과소 추산됐다며, 실질적으로는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 제로에너지 추진현황' 자료를 보면 제로에너지 건축 기준이 처음으로 의무 적용된 지난해 공공주택의 건물 공사비는 3.3㎡(1평)당 1035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최근 서울 지역의 고가 민간아파트 공사비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서울 최근 서초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공사비가 3.3㎡당 793만원에 현대건설과 재협상이 됐고, 롯데건설의 '청담르엘'의 공사비도 765만원이다. 고급 주거 단지로 공급될 용산 한남뉴타운 정비사업의 경우 800만원 후반대에서 900만원 초반대에 형성돼 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민간 아파트의 일반 공사비가 1000만원 수준이다"라며 "또 공공임대주택에 적용되는 표준건축비가 평당 300만~400만원인 걸 감안했을 때 제로건축물 인증 의무화 후 현재 공공주택 공사비는 거의 3배 수준이다"라고 짚었다. 가구당 공사비가 소폭 오를 것이란 정부 예상과 다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공공주택 공사비 인상분(20%)은 원자재값과 인건비, 고금리 등 여러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 실제 제로에너지 의무화로 인한 공사비는 평당 5만4000원 증가에 불과했다"며 "해마다 20만원 안팍의 에너지비용을 절감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5~6년이면 회수 가능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건축물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면 단열을 강화하는 '패시브 방식' 외에도 에너지를 생산하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액티브 방식'이 필요하다. 앞서 공공주택 사례를 고려하면 제로에너지로 촉발된 공사비 인상분의 90% 이상은 태양광 패널 설치에서 기인했다. 우리나라 기후나 아파트라는 공간 특성상 사용 가능한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결국 태양광뿐이라서다.

민간에서도 유사하게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열, 창호 등 패시브 방식은 이미 기술이 정점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크지 않다"며 "결국 제로에너지 인증을 위해선 태양광 에너지를 도입하는 게 유일한 에너지 자립률 제고 방법인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그는 "특히 옥상 설치는 한 건물의 에너지 자립률을 충족할 만한 공간이 나오질 않아 결국 아파트 벽면에 설치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 태양광 설치 기술이 아직 보편화 전이기 때문에 기술이나 재료를 봤을 때 공사비가 2배 이상 들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다만, 대형 건설사들은 정책이 오래전부터 예고돼 있었던 만큼 이에 대한 대비는 어느 정도 하고 있었다는 반응이다. 이들을 말을 종합해 보면 내부적으론 태양광 패널을 적용한 에너지 및 미관 시뮬레이션 같은 연구를 진행한 적 있다고 설명한다. 또 일부는 이미 제로에너지 빌딩 등급 기준을 맞추기 위한 설계와 공사비 등 내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문제는 민간 건설 업계에서 제로에너지 적용으로 초래되는 공사비 인상분 100%를 분양가에 반영시킬 수밖에 없어서다. 이미 건설사들의 원가율이 높은 수준인데다가 제로건축물 인증 외에도 층간소음 등 공사비 인상 요인 줄이어 있다. 되려 공사비 상승 명분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주택사업은 결국 조합원들이 설계 등을 결정하게 되는데, 당장은 설계로 인한 공사비 상승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며 "그래도 관련제도가 의무화되면 서서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