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심사 철회, 1.5배 늘어난 12개···미승인 기업도 6곳
[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올 들어 대어(大魚)들의 기업공개(IPO)로 시장에 유입된 자금이 전년대비 늘었지만, 반대로 상장을 철회하거나 미승인 받은 기업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47개사로 공모규모는 전년(1조7315억원) 대비 1조1220억원 늘어난 2조85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만 해도 공모주 청약에 돌입하는 곳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를 포함해 25곳에 달한다. 금융당국의 정정요청을 감안하더라도 상장을 위해 4분기에 예비심사 청구에 돌입하는 곳들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더본코리아, 케이뱅크 등 대어급 기업의 상장도 예고돼 IPO시장에 활력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공모규모 500억원 이상의 상장사가 11개사로 집계됐고, HD현대솔루션, 시프트업, 산일전기 등이 10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열기에도 상장심사를 자진철회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스팩을 제외하고 연초 이후 상장 심사를 접수한 후 자진 철회한 기업은 이녹스에코엠, 씨아이에스케미칼, 이피캠텍, 서진시스템, 애니원, 지아이에스, 진합, 에이치피케이, 시스콘로보틱스, 투네이션, 식신, 이안 등 12개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심사철회기업(8개사) 대비 1.5배 늘어난 수치다. 올해 심사철회를 결정한 기업 중 9개사는 하반기에 들어선 6월 이후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심사에서 미승인 통보를 받은 곳도 늘어났다. 올들어 심사 미승인 통보를 받은 곳은 플랜텍·퓨쳐메디신·엔지노믹스·자비스앤빌런즈·노브메타파마·이노그리드 등 6곳으로 지난해 1곳(GCT세미컨덕터)과 달리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노그리드의 경우 상장 예비심사에서 승인을 받았지만, 지난 6월 18일 최대주주 지위와 분쟁 관련 내용을 상장 예비신청서에서 누락했다는 이유로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취소받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모 성과가 저조해 상장을 연기했던 과거와 달리, 자진 철회가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 심사 기준이 높아진 것을 꼽았다. 지난달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간정정을 요구받은 기업만 해도 7곳을 기록했다.
파두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IPO 기업의 전반적인 재무 상황에 대한 꼼꼼한 실사·보고서를 요구하고 있고, 상장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주관사에 책임을 지우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업계도 몸을 사리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상장을 철회한 기업 중 한 곳은 주관사 측에서 상장을 미루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심사를 신청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거래소에서는 지난 7월부터 특별심사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심사 결과를 빠르게 전달하고 있다"며 "각 기업들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 이유 때문에 철회를 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상장심사에서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이 거래소의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주관사와 상의를 통해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