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22대 국회 첫 국감, 퍼포먼스보다 의정활동을
[데스크 칼럼] 22대 국회 첫 국감, 퍼포먼스보다 의정활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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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대단히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지역 내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야 당선되고 일을 할 수 있다.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정치인으로서 성실하게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일하고 있음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 같은 퍼포먼스가 중요하다는 점은 연예인이나 프로 스포츠 선수와 별반 다르지 않다. 

국회의원이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자리는 몇 군데 있다. 그 중 최고의 자리는 단연 국정감사일 것이다. 국정감사에서는 현안을 살피고 증인을 재택해 질의를 하는 일련의 활동은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국정'에 대해 감시와 비판을 해야 한다. '국정'은 '국가의 정사(政事)'로 정부가 하는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 국정감사의 목적은 당연히 정부를 향해야 한다는 의미다. 

7일부터 국회에서는 2024년 국정감사가 열린다. 이번 국정감사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 열리는 감사다. 21대 국회가 극한의 여야 대치를 이어가며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은 만큼 22대 국회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는 초선, 재선 의원 모두 마찬가지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대대적인 퍼포먼스를 예고 하고 있다. 정계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에 큰 선거가 없는 만큼 눈치보지 않고 '스타 의원'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위한 가장 확실한 상대는 단연 기업인들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기업인의 대대적인 증인 소환이 예고돼있다. 특히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증인·참고인으로 무려 161명의 기업인 소환을 예고했다. 과방위 외에 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등도 다수의 기업인 증인 소환을 예고했다. 

재계에서는 국회의 이 같은 기업인 증인 소환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인들의 할 일이 많은 가운데 국회에 불려다녀야 하는 것이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재계 반응이다. 

또 현안에 대해 실질적인 답변이 어려운 오너들을 증인으로 소환하는 것은 말 그대로 퍼포먼스를 극대화하기 위한 상대를 불러들인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과방위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소환한 사안의 경우 KT의 최대주주가 현대차로 변경된 것이 소환 이유다. 

국민연금공단은 보유한 KT 주식 일부를 올해 초 매각하면서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에서 현대차로 바뀌었다.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익성심사위원회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 KT의 사업 내용이 달라지지 않았고 현대차그룹이 추가 주식 취득 없이 비자발적으로 최대주주가 됐으며 경영참여 의사가 없고 현 지분만으로 경영권행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최대주주 변경을 승인했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KT 지분은 현대자동차 4.75%, 현대모비스 3.14%로 모두 7.89%다. 국민연금이 7.51%, 신한은행이 5.64%를 가지고 있어 사실상 현대차그룹이 독단적으로 경영참여를 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현대차그룹이 KT를 흔들 수 없는 구조인 만큼 과방위가 정 회장에게 질의할 내용이 있을지, 정 회장이 이 사안에 대해 대답할 내용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퍼포먼스용'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경영승계와 경영권 갈등, 합병 등 기업이 하는 일련의 활동은 소액주주의 권익과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국회가 살펴볼 필요는 있다. 다만 그것이 그저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고 '국정'을 위해 필요한 내용을 들여다 보는 일이 되길 바란다. 유권자는 바보가 아니다.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는 게 퍼포먼스인지 의정활동인지 구분할 줄 안다.

여용준 산업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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