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실패한 권력 유혹하는 전쟁
[홍승희 칼럼] 실패한 권력 유혹하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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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전 세계 단위로 크든 작든 전쟁이 없는 시기가 과연 있었을까. 인간의 존재 자체가 다른 생명체에 비해 특별히 싸움을 즐기는 것은 아닐 테고 또 다른 생명체에 비해 스스로를 규제하는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인식의 굴레를 만들어 공동체의 평화를 유지할 방법까지 전승해왔음에도 늘 지구상 어느 구석에선가는 전쟁이 벌어지곤 한다.

그런 전쟁의 원인이야 여러 가지로 얘기되지만 당대에 이해된 것과 시간이 흐른 후 역사적 평가는 또 꽤 큰 간극이 있다. 그런 역사 속 전쟁의 원인은 대부분이 국내 정치경제적 결핍으로 인한 국민 대중의 불만을 외부로 투영하여 상황을 해소하려는 국내외 권력자들의 욕망에 의해 촉발된다.

지금 우크라이나전이나 이스라엘의 전쟁에 대해서도 국내 언론들은 달리 소개하지 않지만 외신들은 양국 최고지도자들의 불안한 입지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이 성과 없이 조기종식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지도자들이 계속 확전을 시도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불온한 기운은 한반도 주변에서도 끊임없이 피어오르고 있다. 당초 미중 무역분쟁으로 시작된 동아시아의 불안은 이후 대만을 두고 중국이 흡수통일을 천명하며 미국을 자극하고 주변국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들었다.

큰 강역에 대한 유달리 탐욕스러운 중국에 대해 이를 불편해하거나 거부감을 갖는 것은 비단 주변국들만이 아니다. 아직은 여전히 세계의 경찰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미국이야 그렇다쳐도 이미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가져온 폐해를 지켜봐왔고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겪으면서 유럽 국가들 또한 중국의 팽창주의 노선을 불안하게 보고 있다.

그 탓에 현재 세계는 냉전시대에 그어졌던 진영간 경계가 강화되고 있다. 당시의 진영이 근간은 거의 그대로 재현되었다는 점은 어느 모로 보나 기획자의 의도가 보이는 연출이지만 그런 구도에서 한국은 너무 눈에 띄는 어설픈 전위를 자임하며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 땅을 미국의 대 중국 포위망의 전진기지로 삼도록 무방비한 외교를 벌이는 것을 넘어 한미일 3국 동맹을 거침없이 입에 올리는 정부의 불안정한 정세관, 역사관이 우리 사회의 위기를 키우고 있다. 3국 동맹은 당초 미국이 그린 청사진에 포함되지만 일본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미국이나 일본의 기대는 중국과의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 지휘, 한국 용병, 일본 병참의 역할 분담이다. 미국이야 일본의 국방력에 대한 불신도 있다지만 일본을 전투병력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는 말은 이미 3국 동맹을 추진할 때부터 있었다.

문제는 일본 역시 전투병을 내놓을 생각은 없고 다만 전쟁 상황을 빙자해 한반도에 군화발로 들어오고 싶고 더하여 지난 한국동란을 통해 2차 대전 패전의 피해를 단숨에 극복하고 한때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던 추억을 되살릴 꿈을 꾸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일본을 향해 겉옷은 물론 속곳까지 스스로 벗어주는 현재의 한국 정부는 그야말로 맛있는 먹잇감일 터다.

적어도 3국 동맹은 이제까지 한국이 국방의 일순위로 여겨오던 대북 경계의 범주에서는 불필요한 일이다. 북한의 핵무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국내의 전쟁 선호 강경파들도 있지만 지금 북한이 벌이는 행위를 보면 전쟁 위기를 더 크게 느끼고 불안한 것은 북한인 듯 하다.

며칠 전 북한이 남북간 차량으로 오가던 도로를 폭파시켰다며 그를 빌미로 대북 위기감을 조성하는 언론도 있지만 이는 아무리 봐도 북에서 남을 경계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저들이 남으로 진군할 거라면 굳이 그들의 진격로가 될 도로를 파손할 이유는 없을 테고 오히려 흡수통일을 공공연히 외치는 현재의 남한 정부를 보며 북진을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느 쪽도 물리적 충돌은 원치 않는 관계에서조차 사소한 오해와 오판으로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고 작은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늘 상존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금 북한처럼 경제적 궁핍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권력 유지가 어려울 경우 내부적으로 이를 타개하기 어려우면 극단적 수단을 찾을 위험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런 북한을 어르고 달래는 것과 계속 자극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잃을 것 많은 우리에게 유리할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지지율이 바닥을 향하는 현재의 정부는 영양가 없는 메시지로 불안한 상대를 도발함으로써 모처럼의 잠정적 평화마저 위험에 빠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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