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짧게는 한두달 이후부터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이상의 이자 경감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지난 17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하 효과에 대해 답변한 내용이다.
금리인하로 인한 내수진작 효과에 대한 당정의 기대는 이전부터 높았다. 지난 8월 금리 동결에 대해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한 것이나, 지난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금리인하를 촉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은 아예 한은이 금리인하 타이밍을 놓쳐 내수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비판키도 했다.
체감되는 금리인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상단은 7%에 육박했으며, 코픽스 금리의 상승으로 변동금리가 모두 상향 조정됐다. 이달초 하락했던 은행채 등 시장금리도 반등했으며, 국내증시는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당정이 기준금리만 내려가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 떠든 것에 비해 효과는 미미하다.
오히려 집값 관련 우려가 커졌다. 이번주에도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확대됐으며, 서울은 아예 30주 연속 집값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금리인하 전망이 부상하면서 각종 커뮤니티 등에 이번이 마지막 영끌 기회라는 글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쯤되면 금리인하가 내수회복에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자부담이 줄면서 민간소비가 회복될 수 있겠지만, 집값이 오르는데 소비를 줄여서라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더 강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린 이미 영끌 열풍을 겪어봤다.
설상가상 부동산 가격 오름세가 심화될 경우 거주비나 임대료 등이 오르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꾸준히 금리가 내려간다면 경기는 언젠가 좋아지겠지만, 그때까지 어려운 자영업자나 기업들이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금리인하로 유동성이 풀리지 않는다면 정부재정이 투입돼야 하는데 역대급 세수펑크 속 그럴 여력조차 없다.
이 때문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해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한차례 인하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당정과 정반대로 평가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금리가 인하돼도 경기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지긴 어렵다.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줄어드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유동성이 소비나 투자 대신 가계부채와 부동산으로 쏠린다면 금리를 안 내리는 것만 못하다. 경기 활성화라는 대의에 백번 공감하지만, 집값과 가계부채를 자극하지 않으려면 더 침착하고 정교한 정책조합이 필요하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모든 상황을 단번에 해결할 만병통치약이란 없고, 그때 그때 상황에 맞는 처방전이 있을 뿐이다. 합리적 판단과 모두의 인내심이 조금 더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