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가계빚 증가세 확대···2금융·전세대출 규제 신중"
"실손보험 제도 개선 논의···금투세 폐지 결정할 시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내년 1월부터 은행 중도상환수수료를 대폭 인하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선 논의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도상환수수료가 현 수준보다 절반 가량 줄어들 거으로 예상돼, 그동안 수수료 때문에 대출 원금을 상환하지 못했던 금융소비자들의 부담도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또 미국 대선이 내달 5일로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결과를 예의주시하면서 시나리오별 대응 조치를 점검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가계부채 관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간담회에서 "중도상환수수료를 실비용 안에서 부과하자는 규정은 이미 개정한 상태고, 현재 실비용이 얼마인지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마무리 단계"라며 "주요 시중은행 시뮬레이션 결과, 현 수수료 수준보다는 대략 절반 정도로 내릴 수 있겠다는 결과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 만기일 전 대출금을 상환할 경우 고객이 부담하는 비용이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중도상환수수료는 통상 1.2~1.4%로 산정돼 있는데, 이 요율이 0.6~0.7% 수준까지 내려올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신용대출에 적용되는 0.6~0.8% 요율도 0.4% 수준까지 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은행별) 일부 편차가 있어서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내년 1월부터 (수수료 인하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산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얼마나 앞당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부 준비가 빨리 되는 은행은 그 이전이라도 시행해 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해서는 10월 가계대출 증가폭이 9월보다 소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정확한 수치를 확인한 후 추가 규제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세자금대출, 정책대출, 제2금융권 대출 등에 대한 규제는 시장 충격 여파가 클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김 위원장은 "9월에는 추석 연휴가 끼어있어서 10월 대출 규모가 하나의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며 "정확한 숫자가 나오면 보고 추가적인 조치를 할지, 좀 더 지켜볼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세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 여부와 관련해서는 "대출을 받을 때 자기소득 범위 내에서 받아야 한다는 원칙은 지속돼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없다"면서도 "이걸 어떤 속도로 어느 시기에 해야 할지는 굉장히 섬세하게 접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전세대출을 받는 분들은 '실수요자'로 이야기되는 부분이 있고, 그 중 상당수는 무주택자인 경우도 많아서 그동안 전세대출에 DSR을 도입하는 부분이 여러차례 논의됐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굉장히 어려웠다"며 "전세대출 DSR 도입은 실수요자 보호와 전세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 또 제어가 필요한 상황인지 등을 감안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자율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2금융권 풍선효과가 나타나는데 대해선 "2금융권쪽이 10월에 9월보다 조금 늘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실제 얼마나 늘었는지는 최종적으로 숫자를 보고, 추가 대책이 필요할지도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답했다.
실손보험 제도 개선에도 나설 예정이다. 앞서 지난 29일 국무회의에서 실손보험 개선안을 연내 마련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른 조치다. 김 위원장은 "금융위 입장에서 실손보험의 범위, 한도에 대해 개선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실손보험이 정말 의미 있는 개혁이 되려면 비급여에 대한 관리도 강화돼야 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 부분은 복지부가 담당하고 있고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라서 부처 협의를 통해 실손보험 개선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운영·건전성 리스크가 불거진 KB금융·우리금융을 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경고성 발언이 나온데 대해 김 위원장은 "어제 금융감독원장이 임원회의에서 이야기한 부분은 현재 정기검사를 하고 있는 우리금융과 KB금융에 대해 엄정히, 운영상의 리스크 부분도 철저히 점검하라는 지시로 이해하고 있다"며 "그 이상(CEO 거취 압력)의 의미를 가진다고까지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내달 5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총력 대응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굉장히 중요한 리스크고, 대선 결과에 따라 금융시장과 우리 산업도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는 시나리오에 따라 어떤 영향이 있고, 어떤 조치들이 가능할지를 점검하고 있으나 공개적으로 얘기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대해서는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밸류업 공시를 한 기업 중에서는 공시 이후 시장의 평가가 굉장히 좋아진 경우도 있고,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수치가 올해 들어 굉장히 늘었다는 것을 숫자로 확인했다"며 "밸류업이라는 것은 단기간에 뭔가 이뤄지는 정책은 아니고 꾸준히 추진할 때 성과가 나타날 거라고 보기 때문에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되, 또 너무 단정적으로 짦은 시간에 부정적인 평가를 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대한 국회 결단을 강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정무위원회 소관은 아니지만 금융위원회도 11월에 간절히 바라는 법안이 하나 있는데, 바로 금투세 폐지 법안"이라며 "정부가 올해 1월 2일 금투세 폐지 방침을 천명한 후 시간이 꽤 흘렀고 논의도 많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제는 투자자들의 근심과 불안, 불확실성을 끝낼 수 있도록 국회가 조속히 금투세 폐지 결론을 내려주시길 이 자리를 빌려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