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직원 성과급 '0원'···3년 이상 임원들 TLI 연간 수천억 챙겨가
'갈 길 바쁜 삼성' 인재 확보 '난항'···RSU 등 성과급 체계 개선 고민해야
'삼성전자의 위기'라는 키워드의 뉴스가 연일 경제·산업면을 도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토록 위태롭게 보였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여론의 걱정이 큰 상황이다. SNS에서도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망하는 거 아니냐"라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확실히 지금의 삼성전자는 이전에 느꼈던 '세계 초일류 기업'의 위압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미 반도체 사업 실적은 SK하이닉스에 추월당했고 스마트폰과 가전에서도 해외 기업들의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런데 창립 55주년을 앞둔 삼성전자에게, 위기가 이번이 처음이었을까? 삼성전자는 그동안 숱한 위기를 겪으며 오늘날의 위치에 이르렀다. 이들에게는 위기를 극복할 DNA가 내재돼있다. 본 연재기사는 삼성전자의 위기를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열쇠가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찾아본다. /편집자 주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현재 삼성전자에게는 반도체 실적 악화와 M&A 동력 정체, 폴더블폰 경쟁 심화 등의 여러 난제가 있다. 그 중에서 노사갈등은 삼성전자가 이전에 겪어본 적이 없는 난제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 7월 삼성전자 창사 55년 이래 첫 파업을 단행했다. 회사 측은 생산에 지장은 없다고 밝혔으나 첫 파업에 대한 대내외 불안감은 확산됐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노사갈등은 SK하이닉스와도 비교된다. SK하이닉스 전임직(생산직) 노조는 지난 6월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짓고 사측과 협상에 나섰다. 교대근무 제도 등 세부안건에 대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다가 지난 22일 7차례 교섭 끝에 합의안을 마련했다. 이 합의안은 대의원 찬반 투표를 통해 총 199표 중 176표(88.4%)의 찬성표를 얻어 최종 가결됐다.
SK하이닉스 노사가 합의한 내용은 △임금 5.7% 인상과 함께 △분기 최대 매출 달성에 따른 격려금 450만원 일시 지급 △장기 근속 휴가 7일에서 10일로 확대 △자녀 수와 관계없이 배우자 출산 휴가 25일(3회 분할) 등이다.
반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끝장교섭을 진행했음에도 임금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지난 3월 기본인상률 3%에 성과인상률 2.1%를 더한 5.1%의 임금인상안을 마련했다. 당초 노조는 6.5%의 임금인상률과 노조 창립일 유급휴가 1일 보장 등을 요구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삼노는 지난 16일 인도 공장의 파업이 종료된 후 17일부터 임금·단체교섭을 재개했으며 30일까지 세 차례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표면적으로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시발점은 노조 요구안과 다른 노사협의회의 합의안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노조는 임금인상률 말고 서운한 점 하나를 더 이야기한다. 바로 '성과급'이다. 두 회사는 임금협상 외 성과급에 이르면 더 큰 온도차를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격려금과 초과 이익 분배금 성격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목표달성장려금(TAI)과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불리고 SK하이닉스는 생산격려금(PI)과 초과이익분배금(PS)이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합의한 격려금 450만원은 PI, PS와 별개로 지급되는 성과급이다.
양사 모두 성과급의 형태는 비슷하지만 문제는 성과급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경제적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한다. 이는 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빼고 남은 것을 기준으로 하며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로 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이같은 산정방식은 '영업이익'이 아니라 '목표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다. 영업이익의 전망치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전삼노 관계자는 "올해 DS부문 영업이익 전망치가 11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지만, 회사로부터 성과급이 0원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2023년 연간 영업손실이 14조88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25조원 이상 이익을 낸 셈인데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 측은 연간 영업이익이 29조원에 이르러야 성과급이 50% 지급될 수 있다고 들었다"며 "성과급 산정 기준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대외비라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EVA가 공개되면 설비투자 등 중요한 경영전략이 외부에 공개될 수 있어 이에 대한 공개를 꺼리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2021년 성과급 산정 기준을 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변경했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연초와 분기별로 지급 예상치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마저도 SK하이닉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 요구는 노사의 임금협상안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기준이라면 삼성전자는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를 달성할 경우 1조1500억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불만은 경쟁사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만 3년 이상 근무한 임원들의 지난 3년간 성과를 평가해 앞으로 3년에 나눠서 지급하는 장기성과 인센티브(LTI)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2~2024년의 성과를 평가해 2025~2027년에 각각 50%, 25%, 25%로 나눠서 지급하는 것이다.
이 같은 지급 방식 때문에 삼성전자 임원들은 지난해 적자가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인센티브를 수령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LTI 지급 금액은 2616억원이다. 올해도 2분기까지 누적 LTI 지급금액이 1956억원에 이른다. 전삼노 관계자는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적자가 지속됐음에도 그 고통은 직원들이 분담하고 임원들은 수억원의 인센티브를 수령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임원들은 직원들과 고통분담을 위해 LTI 수령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성과 보상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성과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쟁사 대비 성과 보상이 미흡한 것은 경쟁사에 인재를 빼앗겨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를 따라잡아야 하는 입장에서 인재 확보에 난항을 겪는 것은 뼈아플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성과보상 제도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RSU는 현금 성과급 대신 일정 기간이 주식을 지급하는 장기 성과 제도로 국내 상장사 가운데 한화그룹이 2020년 처음 시행했다. 올해 한화그룹은 RSU를 전 계열사 팀장급으로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