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밸류체인 리더십' 강조···"2027년 AI 시장 대확장, 성장기회 잡아야"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들어 AI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잡은 SK하이닉스를 앞세워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SUMMIT)'에서 AI의 미래를 위한 협력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AI의 미래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AI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안다'고 하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으며,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이 함께 고민하며 풀어야 하는 많은 난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AI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보틀넥(병목현상)이 있다"고 진단하고 △AI에 대한 투자를 회수할 '대표 사용 사례'와 수익 모델 부재 △AI 가속기 및 반도체 공급 부족 △첨단 제조공정 설비 부족 △AI 인프라 가동에 소요되는 에너지(전력) 공급 문제 △양질의 데이터 확보 문제 등 해법을 제시했다.
이번 서밋에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웨이저자 TSMC CEO 그리고 컴퓨터 구조 및 설계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데이비드 패터슨 미국 UC버클리대 교수 등이 AI 시대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밝혔다. 최 회장은 이들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모델 개발을 위해 SK그룹 내 AI TF 조직을 꾸려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 회장의 이 같은 AI 오피니언 리더 행보는 올해 들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최 회장은 AI 반도체 전략에 대해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수요 등 고객 관점에서 투자와 경쟁상황을 이해하고 고민해야 한다"며 글로벌 시장의 이해관계자를 위한 토털 솔루션 접근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미국 새너제이에서 만나 AI 반도체 협력 관계를 공고히 했다. 젠슨 황 CEO는 최 회장에게 선물한 책자에 "우리의 파트너십으로 AI와 인류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SK하이닉스가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와 6세대 HBM(HBM4) 개발과 차세대 패키징 기술 협력을 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6월 대만을 방문해 웨이저자 TSMC 회장과 만나 "인류에 도움되는 AI 시대 초석을 함께 열어가자"는 뜻을 남겼다.
또 6월말에는 미국 출장 길에서도 아마존, 인텔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CEO와 만나 AI 사업 확대를 논의했다. 특히 최 회장은 앤디 재시 아마존 CEO와 거대언어모델(LLM), 산업용 AI 등 구체적인 AI 사업확대 방안을, 팻 걸싱어 인텔 CEO와 AI 반도체 제조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이 같은 AI 중심 사업 기조는 대외협력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미국 출장 중 화상으로 참석한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출장 성과를 경영진들과 공유하며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월에 열린 그룹의 지식경영 플랫폼인 '이천포럼'에서도 최 회장은 AI 생태계 확장을 위한 전략을 모색했다. 최 회장은 "지금 확실하게 돈을 버는 것은 AI 밸류체인이며, 빅테크들도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중간에 덜컹거리는 과정이 있겠지만 AI 산업은 우상향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최 회장의 이 같은 AI 중심의 경영 전략은 다가올 AI 시장 대확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3일 '2024 CEO 세미나'에서 "차세대 챗GPT 등장에 따른 AI 시장 대확장이 2027년을 전후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른 사업방향으로는 "SK가 보유한 기술력, 그리고 그룹 계열사 간 또는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가장 싸고 우수한 AI 데이터센터(DC)를 만들어 그룹 AI 사업을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핵심 과제로 △반도체 설계, 패키징 등 AI 칩 경쟁력 강화 △고객 기반의 AI 수요 창출 △전력 수요 급증 등에 대비한 '에너지 솔루션' 사업 가속화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