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당국이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며 보험사들의 '실적 부풀리기'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고무줄 회계' 논란이 일자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에 원칙모형을 제시했고, 단기납 종신보험에는 보너스 지급시점에 추가 해지를 반영하도록 했다. 또 보험부채에 대한 손해율은 연령을 구분해 산출하도록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하고 이같은 내용의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연착륙 방안'을 논의했다고 7일 밝혔다.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등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은 올해 말 결산부터, 할인율 연착륙 방안은 내년 1월부터 각각 적용된다. 손해율 가정은 내년 1분기까지 반영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을 산정할 때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로그-선형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적용한다. 완납 후에는 최종해지율 0.8%를 적용한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무·저해지 상품 완납 전까지 높은 해지를 가정해 상품 수익성을 높게 산출, 보험계약마진(CSM)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회계이익을 끌어올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보험사들이 해지율 예측에 실패하는 경우 보험금 재원이 부족해져 재무리스크나 소비자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번 원칙 모형 적용에 따라 보험사들의 CSM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다른 모형을 적용해 해지율을 정할 경우 감사보고서와 경영공시에 원칙 모형(로그-선형모형)과의 차이를 상세하게 밝혀야 한다. 금감원은 예외모형을 선택한 모든 회사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계리법인도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또 납입기간이 5∼7년으로 짧지만, 10년 시점에 보너스 부과로 환급률이 높은 종신보험인 단기납 종신보험의 경우 보너스 지급 시점에 환급금 수령 목적의 추가해지를 고려해 해지율을 산출하도록 한다.
표준형 상품의 누적 유지율을 활용해 해지수준을 역산하거나 보험사별로 30%를 하한으로 합리적 수준을 선택하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보험사들이 보험부채 산출시 손해율 가정에서 연령을 구분해 보험부채와 CSM 산출에 정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상해보험처럼 통계가 충분하고 연령 구분에 따른 통계적 유의성이 있는 담보에는 손해율을 연령을 구분해 산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상해수술 담보 손해율은 30대가 89%, 40대는 103%, 50대는 140%, 60대는 186%다.
금융당국은 보험부채 할인율의 경우 최종 관찰만기를 30년으로 확대하되, 3년간 단계적으로 적용해나갈 방침이다. 금리 상황에 따른 시행여건 등도 면밀히 모니터링한다.
당국은 이번에 확정한 회계제도 개혁안과 최근 시장금리 하락 등을 반영해 재무영향평가를 시행한 결과, 국고채 10년물 금리 3% 기준 보험업권의 K-ICS 비율은 올해 상반기 말 대비 약 20%p(포인트) 내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으며 업권 전반의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회계제도 개혁으로 내년 단기납종신 보험 등 무·저해지 보험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지율 가정이 강화되면 자동적으로 무·저해지 상품의 보험료가 크게 인상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단기적으로 일부 보험료가 상승할 요인이 있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 지속가능한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속 가능한 보험산업을 위해서는 보험회계에 대한 불신을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며 "이번 개선 조처를 통해 보험사가 계리적 가정을 합리적으로 산출하는 기틀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