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성장주에 수혜주 전략 가미해 투자해야"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증권가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감세' 정책 혜택을 받게 될 중공업, 석유, 가스 등 업종을 수혜주로 꼽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명 트럼프 수혜주에만 집중하기보다 인공지능(AI) 같은 기존 성장 분야에 감세 정책을 가미해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1기 행정부에서 도입한 TCJA((Tax Cuts and Jobs Act of 2017)를 연장하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15%로 설정할 계획이다. 이번 2기에서는 레드 스윕(상·하원 모두 공화당)이라는 강력한 무기도 장착했다. 이에 당선 직후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TCJA 도입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한 바 있다. 2025년 만료된다.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는 법인세를 상대적으로 많이 내는 업종들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실효세율이 높은 분야로는 시클리컬(경기 민감 업종), 중공업, 석유 가스 기업 등이 있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조선주가 급등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또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 방위 비용을 늘리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국내 증시에서는 방산주의 상승폭이 컸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4.52%), LIG넥스원(3.66%), 한국항공우주(1.82%)가 올랐다.
또 다른 트럼프 수혜주로는 우크라이나 재건주인 건설주가 꼽힌다. 트럼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종식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 건설사의 해외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재건 대표주로 꼽히는 삼부토건은 전날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장 초반 28%까지 상승했다.
반면 리츠, 친환경 에너지, 반도체, 헬스케어 업종 등 이미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는 종목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자국 우선주의 등으로 인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특히 반도체 업종은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이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친만큼, 지원법 일부가 수정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미국이 메모리 반도체를 수입하는 주요 국가 중 하나인 한국에서는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면 폐지도 원하고 있다. 이에 IRA 수혜를 받고 있던 이차전지 관련 종목인 포스코퓨처엠(-2.54%), LG에너지솔루션(-1.15%), 에코프로(-1.87%) 등이 하락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부족해진 세수를 관세 인상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나는 관세를 사랑한다"고 발언하며 모든 상대국에 관세를 10~20%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중국 수입품에 대해서는 60%의 관세를 부과해 무역 분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한다는 전제하에 현대자동차가 한국 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출물량을 유지하고, 이를 관세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영업손실에 약 2조 7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투자 전략에 대해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16년 대선 당시와 유사한 반응이지만, 경기 사이클이 올라가던 당시와는 달리 현재는 둔화 국면"이라며 "기존 경기 둔화 환경에 맞는 AI를 비롯한 핵심 성장 분야에 트럼프 정책 수혜를 집중적으로 볼 수 있는 분야를 가미하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