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와 금융산업의 공통점
한국 축구와 금융산업의 공통점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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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경기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헛발질끝에 결국 0:0으로 끝난 한일전을 지켜보면서 문득 한국 축구와 한국 금융이 참 닮은 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가지만 짚어보면. 첫번째, 체력만 좋다. 히딩크 이후 한국 축구의 강점으로 체력을 든다. 지난 주 한일전에서도 해설자는 체력이 강한 한국선수들이 후반이후 유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열심히만 뛰다가 끝나기는 했지만 전후반 1시간 30분을 지치지 않고 뛰어다니는 선수들의 체력하나만은 돋보였다. 금융사 임원들이나 CEO들을 보면 감탄하리만큼 분초를 쪼개가며 일에 몰두한다.

그러나 어떻게 된 요량인지 IMF이후로도 줄줄이 적자로 무너지고 매각되는 금융사들이 한둘이 아니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지만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재’로 경기에서는 이기질 못한다는 점이 붕어빵이다.

두번째, 공격루트가 단순하다. 한일전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왜 자꾸 공을 가운데로만 몰고 나가느냐, 뻥 지르고 달려드는 것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국내 금융사의 수익구조라는 것이 단순하기 짝이 없다. 매년 수익구조 다변화전략이라는 것을 세우고 대외에 공표하지만 결국 신용카드니 주택담보대출이니 하는 식으로 우르르 몰려다니며 남이 된다는 장사만 쫓아다니다 헛발질로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세번째, 외국인 감독이면 무조건 되는 줄 안다. 히딩크가 한국적 토양에 적합하도록 개조해 도입한 선진축구가 월드컵 4강신화를 이끌어낸 원동력이었다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을 없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히딩크가 성공했다고 코엘류도 성공하리는 믿음은 버릴 때가 됐다는 것이 그날 경기를 지켜본 축구매니아들의 이구동성이었다.

마찬가지로 외국계 금융사에 매각하고 CEO와 임원을 외국인으로 선임한다고 ‘선진금융기법’이 도입되리라는 믿음과 또 소위 선진금융기법이 성공을 보장하리라는 근거 없는 확신은 버릴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 밖에도 국내 경기에서는 펄펄 날다가도 A매치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헛발질만 해대지 제몫을 하는 골게터가 없다는 것, 대입하자면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경쟁력을 가진 금융기관 하나가 없다는 점도 닮은 꼴이다. 성공에는 왕도가 없지만 실패하는 데는 반드시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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