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G…1500억불 삼키고 살아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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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IG구제안 전면 수정....400억달러 우선주 매입, 대출조건 완화


[서울파이낸스 전종헌 기자]<cap@seoulfn.com>미국이 금융위기로 부터 원만히 탈출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결국 공룡보험사 AIG사태를 원만히 수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0일 발표한 AIG에 대한 구제금융 규모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구제안은 기존 구제안과는 자금 투입 규모와 방법, 금리 등에서 모두 큰 차이가 있다. 사실상 새로운 구제안이 탄생한 것과 마찬가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규모가 1500억달러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1500억달러는 달러당 1000원으로 환산해도 우리 돈 15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수치다. 당초 미 정부가 세웠던 AIG에 대한 구제금융 규모는 850억달러. 이후 378억달러를 추가 했다가, 이후에도 AIG 유동성 부족이 계속됨에 따라 결국 기존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나선 것. 새 계획에 따르면 우선 대출 규모는 850억달러에서 600억달러로 축소된다. 대출 조건은 기존의 3개월물 달러 리보+8.5%에서 리보+3%로 완화됐다.

대출 기한은 2년에서 5년으로 늘어났다. 대출이 줄어드는 대신 미 재무부는 부실자산구제계획(TARP)를 통해 400억달러를 투입해 AIG 우선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정부의 우선주 확보에 따른 반대급부로 AIG 경영진의 보수에 제한이 가해진다.

이와 별도로 뉴욕연방은행은 모기지유동화증권(MBS), 자산담보부증권(CDO) 등 AIG의 부실 자산을 사들일 2개 기관을 신설하고 이들 기관에 525억달러를 지원한다. 이들 기관에 대한 대출 금리는 1개월물 리보+1%로 정해졌다. 이번 조치는 기존의 850억달러 지원 프로그램만으로 AIG의 재무구조 안정화에 불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AIG는 지난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4분기 연속 분기 손실이자 사상 최대 분기 적자를 낸 것이다. AIG는 또 이 기간 신용디폴트스왑(CDS) 가치 손실로 70억5000만달러를 대손 상각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AIG는 지난해 같은 기간 30억9000만달러(주당 1.19달러)의 순익을 올렸었다.

AIG에 첫 공적 자금이 투입된 시기는 지난 9월16일. 리먼브러더스의 붕괴는 방관하면서도 AIG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지원에 나선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덩치 차이다. 만약 AIG가 무너질 경우, 리먼 파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후폭풍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AIG에 대한 미 정부의 조치는 7천억달러의 금융구제안이 확정된 이후 비(非)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지원으로는 처음이다. 전체 지원금액의 20%이상이 한 곳에 투입되는 셈. 결국, '황금알 거위'에서 '돈 먹는 하마'로 돌변한 AIG가 회생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미국 금융위기가 또 한번의 시험대에 섰다.

한편, 미국의 빅 3 자동차 업체인, GM과 포드,크라이슬러는 삼각한 자금난으로 현금이 거의 바닥났고, 역시 정부의 구제금융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AIG 구제금융을 해결한다고 치더라도 이미 위기는 실물로 전이된 터라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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