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그대들이 임금반납을 알아?'
<기자수첩>'그대들이 임금반납을 알아?'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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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외환카드, 1년만에 상황 역전
겉으로 잘 드러내지는 않지만 내심 외환은행 직원들과 외환카드 직원들은 서로 감정의 골이 깊다.

카드사 최대 호황의 끝자락이던 2002년, 외환카드 노조는 사측에 800%의 특별상여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500%로 맞섰다. 그러자 외환카드와 외환은행이 같이 입주해 있던 강남의 한 지점에 대주주인 외환은행의 각성을 요구하는 외환카드측 대자보가 붙었다.

IMF 이후 4년간의 임금 동결은 물론이고 명예퇴직자 퇴직금 마련을 위해 수 차례 임금 반납까지 실시했던 외환은행 직원들은 이 대자보를 보고 격분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외환은행 게시판은 외환카드 직원들과의 설전으로 도배됐다.

그러나 불과 1년여만에 상황은 역전됐다. 외환은행이 이달 초 임금 8% 인상에 합의한 반면, 외환카드는 인력 구조조정 예감에 몸살을 앓으며 부분파업을 전면파업으로 바꾸겠다고 외환카드 합병준비단에 으름장을 놓고 있다. 노조측 요구는 임금 7% 인상, 기존 임금 반납분 보상, 합병시 전원 고용승계 보장이다.

외환카드 요구안을 바라보는 외환은행 직원들의 시선이 고울 턱이 없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IMF 이후 수 차례에 걸쳐 수 천명의 직원들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한 때 전체 직원의 13% 수준인 860명을 감축시키고, 임직원 임금 10%를 일괄 삭감시키기도 했다.

외환카드의 요구가 얼마 전 LG카드 직원들이 10개월치 명퇴금을 요구하는 장면과 왠지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외환카드가 주장하는 론스타 음모론보다 외환은행 직원들이 얘기하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는 쪽에 더 귀가 쏠리는 것도 아마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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