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은행' 틈새시장 공략 성공하나-한미은행
'나홀로 은행' 틈새시장 공략 성공하나-한미은행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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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호전은 '괄목'...칼라일 손실 만회가 관건
한미은행은 지난해 각종 경영지표 면에서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었지만 은행권 최대 이슈인 ‘대형화’ 논의에서 소외됨에 따라 전반적으로 시장의 관심을 끄는 데는 실패했다. 3일 현재 2001년말 종가(1만1,950원)에 비해 33%가 하락했다.

이에 따라 한미은행이 하나은행처럼 합병 모멘텀을 통해 주가상승을 꾀하는냐 아니면 독자생존으로 가닥을 잡느냐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 한미은행 하영구 행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은행권 추가합병에 따른 경쟁심화를 신경쓰면서도 내실경영을 꾀하겠다고 밝혔다.
하 행장은 “핵심산업의 내실있는 성장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은행은 지난해 당초 당기순이익 목표치보다 100억원이 많은 2천600억원을 달성했고 BIS자기자본비율 12%, 고정이하여신비율 1.1% 등을 기록했다.
또 한미은행은 올해 현실적인 보상제도 도입으로 직원들의 역량을 극대화시켜 중소기업과 소호대출을 늘리는 한편 대기업과는 수수료 수입사업을 확대할 점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은행의 향후 진로는 어쨌든 대주주인 칼라일의 의중에 달렸다.

은행권에서는 합병을 시도했던 하나, 신한지주 등 M&A파트너가 이미 물건너간 상황에서 칼라일이 올해는 지분매각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2년간의 한미은행 지분매각 제한이 지난해 11월 풀린 데다 칼라일 아시아 김병주 회장도 “애초부터 ‘효과적인’ 매각제한은 없었고 언제든지 팔 수 있는 상태”라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칼라일이 지분매각을 결정한다 해도 현재 한미은행이 처한 상황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하나은행은 이미 서울은행을 인수했고 신한지주는 조흥은행 인수와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된 상태라 마땅한 원매자가 없다.
그나마 여력이 있는 국민은행이 일부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과 오는 4월 출범하는 동원지주의 은행 인수를 점쳐볼 수 있다.

여기에 신한지주가 조흥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한미은행은 규모의 경쟁에서 한발짝 더 후퇴하게 돼 칼라일이 만족할 수 있는 높은 가격을 받기는 더욱 어렵게 된다.

이 외에도 칼라일의 최근 아시아 특히 한국 시장 투자전략에 빨간불이 켜진 것도 한미은행 처리의 큰 변수다.

칼라일은 금융, 유통 및 통신, 전통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고 이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해 쌍용정보통신 인수에 이어 금호타이어 인수에도 줄줄이 실패했다.

하지만 칼라일이 통신이나 제조업체 투자에 실패했다고 해서 금융에서도 손을 털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즉 칼라일이 한미은행 지분매각을 유보한 채 시장을 더 관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분석에는 루이스 거스너 회장이 지난해 11월 21일 IBM회장직을 물러난 후 칼라일 그룹 총수로 자리를 옮긴 영향이 크다. 칼라일 그룹은 원래 설립 초기부터 방위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로 성장해 왔지만 이번 거스너 회장 취임을 계기로 금융이나 IT쪽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
거스너 회장이 취임했을당시 시장은 “칼라의 그룹이 체질개선에 나섰다” 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이었던 프랭크 칼루치를 물리치고 CEO자리를 꾀찬 거스너 회장의 IBM시절 대대적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을 되살렸던 저력을 믿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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