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PB 과열 경쟁 무엇이 문제인가
금융권 PB 과열 경쟁 무엇이 문제인가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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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모델없인 성공도 없다"
수수료 면제, 금리우대 등 부가서비스형 일색
신규고객 유치 활동 강화, Fee 비즈니스 전환 시급

PB(프라이빗뱅킹)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권 움직임이 경쟁을 넘어 과열양상이다. 예대마진만 갖고는 더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하에 지난해부터 전 시중은행들은 PB를 전략사업으로 채택했다.

국내에 12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5만2천명. 자산규모는 총 165조원에 달한다. 더욱이 오는 2005년에는 자산규모가 290조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은행들의 ‘백만장자’ 모시기 경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시중은행들의 PB사업은 수수료 면제, 금리우대, 문화행사 초대 등 ‘퍼주기식’이 대다수일 뿐만 아니라 타행에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명확한 모델도 확정하지 않은 채 흉내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물론 시중은행 PB담당자들은 “상위 1% 거액 자산가를 유치하기 위한 ‘미끼’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2~3년 후에 효과가 나타나는 PB사업의 특성상 초기의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PB전문가들은 시중은행의 PB사업의 문제점을 모델의 혼란에서 찾고 있다. PB모델의 가장 큰 축은 미국형과 유럽형이다.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미국형은 자산운용 위주의 종합금융서비스를 지향한다. 체이스 맨하탄, JP모건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 스위스, 영국, 룩셈부르크 등에서 태동한 유럽형 PB는 단기적 자산 증대보다는 보존 및 관리에 더 치중한다. UBS, 도이체방크, HSBC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은행권에서는 김영진 본부장을 영입, 지난해 9월부터 PB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조흥은행이 미국형 PB를 채택중이다. 조흥은행은 자산운용에 초점을 맞춰 고객 주문형 간접투자상품과 주가지수 변동형 정기예금 등을 주요 상품으로 내걸고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PB 후발주자에 속하는 국민은행은 유럽형에 가깝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스위스 유수 은행이 사용하고 있는 이탈리아 파이낸틱스(Finantix)사의 재무관리 및 펀드이익률 실시간 리포팅 솔루션까지 도입, 유럽형을 지향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조흥, 국민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은 부가 서비스 위주의 ‘한국형 PB’에 머물고 있고 PB에 관한한 오랜역사를 자랑하는 하나은행 역시 최근에 PB와 웰스 매니지먼트(Wealth Management) 분리를 추진하면서 지향점이 모호해지고 있다.

적은 상품 종류와 브로커리지식 영업에만 익숙해있던 증권사들의 무분별한 PB진출이 가져온 폐해를 떠올리면 PB모델 설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더 잘 알 수 있다.

동원증권은 서울 삼성동 ‘마제스티 클럽’을 지난해 11월 폐쇄했고 현대증권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있던 ‘리치클럽’의 문을 닫았다. 삼성증권의 ‘아너스클럽’ 역시 기대만큼의 실적을 못내고 있는 상황이며 지난해 10월 ‘FP센터’를 오픈하고 종합자산관리 및 라이프 케어를 선언한 삼성생명과의 공조 역시 지지부진이다.

PB사업의 핵심인 피(Fee)비즈니스로의 전환이 여의치 않는 것도 문제다.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 주거나 세무, 법률, 회계적 상담에 대한 수수료를 얻어야 하는 데 현재 시중은행들은 이에 대한 서비스를 충분히 해 줄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 하나은행의 경우도 겨우 1~2명의 고문 회계사 및 변호사가 있을 뿐이다.

상담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수료를 부과하지 못하는 데는 공짜 서비스를 선호하는 국내 고객들의 성향 탓도 있지만 PB의 전문성도 문제다. FP협회나 PB스쿨에서 일정기간 교육을 받았더래도 이들이 모두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 즉 전문성이 입증되지 않은 PB에게 고객들이 수수료를 지불하겠느냐는 얘기다.

이와 더불어 PB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은행들의 조직원간 갈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금융기관에 속해 있는 PB들의 신규고객 유치 활동은 미미한 수준이다. 일반 점포에서 끌어다 준 고객이 거의 전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주는 곰이 부리고 이득은 주인이 먹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반면 PB들의 성과에 대한 지나친 압력도 만만치 않다. 외환은행 PB담당자는 “PB사업이 확고한 은행 수익원으로 자리잡는 데는 최소 2년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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