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용수 기자]자금확보에 애로를 겪었던 대기업들이 잇따라 계열사 매각 등 자구노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달부터 채권은행들이 45개 주채무계열 기업집단에 대한 재무구조평가를 실시함에 따라 재계의 구조조정 바람이 불 전망이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재무적 투자자를 영입해 연내 동부그룹 계열사 동부메탈 인수를 추진키로 했다. 산업은행은 재무적 투자자들과 함께 사모주식펀드(PEF)를 조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철강업체 동부메탈 지분 100%와 경영권을 인수할 방침이다.
동부그룹이 동부메탈 매각에 나서는 이유는 지난해 채권단과 체결한 재무구조 개선 약정시한이 올해말에 끝나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은 지난 2002년 아남반도체(현 동부하이텍)를 인수해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나섰지만 수조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설비투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적자를 면치 못했다.
동부하이텍의 적자와 자회사 동부메탈의 경영악화로 동부그룹은 재무건전성은 크게 악화됐다. 결국 동부그룹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대출계약 5년 연장하는 조건으로 자산매각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출 것을 요구받았다.
이에 따라 동부그룹은 프랑스업체 등과 동부메탈 매각협상을 벌었지만 국제금융위기로 성과를 거두지못했고, 산업은행에 인수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또 대우건설 인수 등 인수합병을 해온 금호그룹도 자금난 루머에 시달린 케이스다. 금호는 대우건설 주식을 인수하면서 일정 정도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경우 되사주는 조건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였지만 대우건설 주가가 금융위기로 폭락하자 자금난 소문에 휩싸였다. 금호는 금호생명 매각에 나섰지만 마땅한 원매자를 찾지 못한 상태다. 유진그룹도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2006년 인수한 유진투자증권을 KB금융지주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이처럼 일부 대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계열사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달부터 시작되는 채권은행들의 45개 주채무계열에 대한 재무구조 평가에 따른 것이다.
주채권은행은 이달말까지 주채무계열에 대한 재무구조평가를 실시해 불합격합 계열사를 중심으로 5월말까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정기적으로 약정 이행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기업집단은 계열사 매각 등의 방식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재무구조의 기준점으로 은행들은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총자산회전율, 매출액 영업이익률 등 4가지로 삼되, 부채비율은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채비율은 500% 미만으로 가이드라인을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초 채권은행이 작년 9월말 기준으로 주채무계열 예비구조평가를 실시한 결과 500%가 넘은 대기업이 무려 5-6곳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