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맛 안납니다'
'일할 맛 안납니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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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을 내면 뭘합니까. 지나친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향후 몇 년 동안은 이익의 대부분을 고스란히 내부 유보해야 하는데 일할 맛이 나겠습니까” 최근 한 중형 생보사 임원이 기자에게 건넨 하소연이다.

최근 생보업계에서는 감독당국의 전방위적인 규제 강화 방침에 한숨섞인 불만이 끊이지않고 있다. 감독당국의 각종 규제 정책이 쏟아지면서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이익 감소에 이은 만성적인 수익악화라는 악순악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생보업계에는 최근 감독당국이 새로운 책임준비금 적립 방식 중 하나인 IBNR 도입으로 또 한번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IBNR은 손해보험사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고객이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더라도 향후 보험금 지급 규모를 산출해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는 것. 따라서, 추가적으로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는 만큼 이익규모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새사업연도부터는 이연신계약비 산정기준이 예정사업비에서 실제사업비로 변경된다. 이번 제도 도입 취지는 이연신계약비 산정기준을 현실화함으로써 현재시점에서 정확한 재무건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를 만들자는 게 그 취지다. 이에 비해 업계 내부적으로 생보사들이 지난 몇 년간 사상최대 흑자를 기록하자 서둘러 이연신계약비 산정기준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상황이 이러니 감독당국의 건전성 강화 규제와 관련, 국내 생보사에서 특수성을 무시한 처사라는 불만이 터져나올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생보사들은 오는 4월부터 지급여력비율 산정시 적용되는 소정비율(4%)이 100% 적용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행인 것은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기준인 지급여력비율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자본 확충 등 준비작업을 거친 만큼 제도도입의 후폭풍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생보업계 임직원, 학계 등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난 몇 년간 감독당국의 규제 일변도 정책에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고 있다.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 강화를 통해 금융산업의 체질 개선이라는 대세에 모두 수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기관별 체질을 감안, 제도 도입 시기 등에서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욱 크게 들여온다.

업계 한 임원은 “출발선상에서 저만치 앞서 출발한 선수와 똑 같은 성적을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감독당국이 이런 상황에서 외국의 재무건전성 규제를 그대로 들여와 일방적으로 수용을 강요한다면 존재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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