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유관기관 독점사업 '빗장 풀자'- 1. 증권전산 '시세정보'
증권유관기관 독점사업 '빗장 풀자'- 1. 증권전산 '시세정보'
  • 임상연
  • 승인 2003.01.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증권업 전산화로 앉은 채 돈방석
실적과 관련해 증권가에서 연말이나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는 거래소 증권전산 증권업협회 증권금융 예탁원 등 증권유관기관들이 그해 얼마를 벌었는지 성과급을 얼마나 줬는지 등이다. 이는 증권투신사들이 지수 등락에 목을 매고 있는 것과 달리 증권유관기관들은 매년 실적 신기록을 갱신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침체가 이어진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증권가에서는 재주는 증권사가, 돈은 유관기관이라는 비아냥이 흘러나왔다.

증권유관기관들이 이처럼 매년 놀라운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유관기관 특성에 맞도록 분업화돼 있는 독점사업 또는 업무 때문이다. 분업화에 따른 전문화는 올바른 방향이다. 하지만 문제는 분업화가 독점화로 변질되면서 막상 서비스나 업무의 질을 떨어뜨려 전문화의 효율성을 망친다는데 있다.

본지에서는 증권유관기관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고수익을 올리는 사업들을 조명, 그 문제점과 해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

원천 정보제공 놓고 증권사-유관기관 공방
미국 등 자격제한 없어 서비스, 비용 효율적


- 굴뚝 벤처 증권전산

증권업계가 증권유관기관들의 독점사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손꼽는 것이 바로 증권전산의 시세정보다. 시세란 장중 종목들의 가격정보를 말하는 것으로 주식매매 체결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정보다.

현재 증권전산은 모회사인 증권거래소에 시세정보의 이용 권리를 위임받아 각 증권사와 증권관련업체 등에 판매하고 있다.

보통 지점 30개의 중형증권사가 증권전산으로부터 시세정보를 받기 위해서는 연간 5~6억원 정도의 정보료(주식·선물·옵션시세정보)를 지급한다. 국내 증권사가 62개(외국계 증권사 포함)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증권전산은 시세정보 수입만으로도 대형증권사의 연간 수입을 훨씬 뛰어넘는 고정수익이 보장되는 것이다.

시세정보의 독점화 문제는 이를 이용한 부가사업에서도 한 기업이 차별적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데 있다. 현재 시황시스템, 증권망 등 시세정보를 이용한 부가사업으로도 증권전산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01년 증권전산의 손익계산서를 살펴보면 시황시스템 사용수입 183억원, 복합정보 판매수입 304억원, 증권망 회선수입 445억원, 고속통신 제공수입 69억원 등 영업수익만 1천76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15%나 증가한 수치다.

지난 4년간(1998~2001년) 재무구조를 살펴봐도 증권전산은 기록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증권전산은 연평균 23%의 매출액증가율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도 연평균 400% 이상씩 증가했다.

당시 벤처 거품론이 불면서 수많은 SI업체와 벤처업체들이 사라진 것을 생각하면 금융 SI업체를 자처하는 증권전산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얼마나 큰 혜택을 누렸는지를 반증한다.

업계에서 증권전산을 빗대어 굴뚝 벤처기업이라고 말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일 것이다.


- 돈주며 원천정보 제공?

지난 95년 증권업계에 HTS가 처음 도입된 이후 증권사들에게 전산화 문제는 가장 큰 골칫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전산화가 업무 효율성 증대와 시장 저변 확대에 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많은 비용을 수반하면서 경영상의 애로점으로 부각된 것이다. 시류에 맞게 전산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거나 전산투자를 하지 못하는 증권사는 이제 구조조정의 한 가운데 설 수밖에 없을 정도다.

해마다 증권사들이 시세정보료 인하나 시세정보 제공자 확대를 요구하는 것도 모두 이 같은 위기감 때문이다.

증권사 전산실무자들은 원천적인 시세정보가 시장에서 발생하지만 중개매매 역할을 수행하는 증권사 없이는 시세정보 자체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시장(거래소)-증권사-투자자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세정보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시세정보 수익사업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증권사 한 전산담당 임원은 증권사 회비로 운영되는 증권유관기관에서 증권사를 대상으로 수익사업을 벌이는 것이 말이나 되냐며 증권사는 시세정보 원천제공자로서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시설비만 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관련업체나 SI업체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정보판매업, 파워서비스 등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싶어도 시세정보에 드는 많은 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HTS 파워서비스를 준비했던 IT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시세정보료 때문에 HTS 파워서비스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증권업계나 관련업체들은 증권전산의 독점화를 풀고 시세정보 제공자를 확대하는 것이 서비스의 질과 다양성, 고비용 문제를 해결할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