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시작된 패닉
여의도에서 시작된 패닉
  • 홍승희
  • 승인 2004.03.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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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은 월요일이 고비일 거라고들 전망한다. 지난 금요일,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동안 상승세를 보이던 증시는 급격히 냉각됐고 외환시장도 채권시장도 모두 심하게 흔들렸다. 그러나 주말을 넘기며 그 충격이 어느 정도 흡수되고 조금은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지난 금요일의 국회는 순진한 국민들의 ‘설마’하던 기대를 무참히 깨트렸다. “설마 밥그릇을 깨랴” 하던 믿음이 박살 나 버린 것이다. 일상적인 소재를 취재하던 기자들은 취재원들로부터 “지금 나라가 망하게 생겼는데 그런 거나 묻고 있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런 말하는 이들이 평소에 정치에 남달리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결코 아니다.

실상 많은 국민들은 정치 자체에 별 관심이 없다. 까짓 것 여차해서 정치인 누가 다치고 죽는다 한들 대다수의 국민들 입장에서는 먹고사는 데 별 영향이 없다면 그저 한때의 가벼운 관심 이상 기울일 까닭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사상 처음 겪어보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태는 국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대외적으로는 국가의 얼굴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당분간 그 얼굴을 가리고 있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미 국가가 하나의 거대한 경제조직이 된 지 오래인 세계 속에서 그런 상황이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에 관심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대체 어떤 변화가 올 것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늠도 해보기 어렵기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운다.

물론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장기적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이 그렇게 전망한다면 그럴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러나 과연 지난 금요일의 쇼크가 단지 단기간의 영향으로 그칠 수 있을까.

아마도 외국인들이 그 금요일에도 꾸준히 매수주문을 냈기에 조금은 낙관적으로 볼 여지도 있지 않을까 믿고 싶을 게다. 그래도 한국 경제가 이제 다시 호전국면으로 접어들던 차이니 단기적 쇼크가 지나가고 나면 장기적 타격은 없지 않을까 기대하고도 싶을 법하다. 증시만 해도 이미 세계 증시와의 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진 터이니 국내 정치상황보다는 세계 증시의 움직임에 더 크게 영향받지 않겠느냐 싶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적 안정 여부는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정치가 사회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한국과 같은 사회에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는 단지 일시적인 정쟁의 차원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정변’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는 이들은 낙관적 전망을 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번 사태를 명백한 ‘정변’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투자시기를 두고 저울질하던 다수 기업들 역시 다시 한번 유예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만큼 이런저런 후유증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일단 길게는 6개월까지 정치적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헌법재판소가 가급적 신속하게-4.15 총선 전후까지-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지만 어쩌면 그 결정 여부에 따라 정치권, 나아가 사회 전반은 더욱 더 끓어오를지도 모른다.

그리고 IMF환란을 극복하고 그야말로 ‘꿈이여 다시 한번’을 외치던 한국경제는 상당기간 도약의 꿈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장기적 영향이 예상보다 적다고 해도 경쟁국들과의 달리기에서 자꾸 뒤로 밀리는 상황까지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지금 세계 증시도 스페인에서의 대규모 테러를 시작으로 한 알 카에다의 선전포고로 또다시 위축되어 가는 상황이라고 한다. 극심한 정치적 혼란으로 허약해진 국내 시장 상황는 세계 증시보다 소폭 오르고 대폭 내리는 상황을 겪을 공산이 크다.

일단 쇼크 상태는 진정된다 해도 예상되는 후유증이 결코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어설픈 시장안정책을 내놓으려 하다가는 정말 회복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이 크다. 지금으로선 상황에 따라 조급해지기 쉬운 정책당국자들에게 겪어야 할 고통을 무조건 피하려 손쉬운 안정대책에 매달림으로써 그나마 한조각의 희망마저 날려버리지 말자는 당부 외에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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