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의 '뒷북 경영'
농협중앙회의 '뒷북 경영'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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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는 ‘돌다리도 무너질 때까지 두드려 보고 건너는’ 철저한 안전 경영의 대명사다.

이러한 농협의 지나친 ‘안전제일주의’ 경영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국민은행이 KFT와 제휴를 체결, 모바일뱅킹 시장에 대한 진출을 확대하며 SKT와 손잡은 우리, 하나, 신한과 모바일뱅킹 시장 주도권을 다투는 전면전에 돌입할 당시 국민은행 e-비즈니스팀 관계자는 “ 우리, 하나, 신한은 두렵지 않다.

다만 고객 기반이 국민은행에 못지 않은 농협이 어느쪽에 가세하느냐에 따라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3천8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농협이 SKT주도의 모바일뱅킹에 참여할 경우 주도권 다툼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이 같은 국민은행의 걱정은 최소한 올해 중순까지는 ‘기우’에 불과하다.

대구은행을 마지막으로 지방은행마저 본격적으로 모바일 뱅킹시장 쟁탈전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농협은 모든 사안이 ‘검토중’일 뿐이다.

한 농협 관계자는 “모바일뱅킹 시장 선점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아직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은데다 전산망 구축작업이 마무리 되지 못해 올해 중순이나 돼야 모바일뱅킹 서비스 시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농협 관계자는 “답답하다. 경쟁은행들이 저만치 뛰어가고 있는데 이제서야 출발선이 어딘지 찾고 있는 기분이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이 같은 농협의 소위 ‘뒷북 경영’이 항상 문제만 만든 것은 아니다.

지난해 광풍처럼 몰아쳐 카드사들은 물론 시중은행들까지 대규모 적자의 나락으로 빠트렸던 카드부실 한파에서 농협은 강 건너는 아니어도 남의 집 불구경 하듯 할 수 있었다.

2000년부터 앞다퉈 카드사들과 시중은행들이 카드고객 확보에 나섰지만 농협은 거북이 걷듯 천천히 뒤를 쫓은 덕분에 거품이 꺼지면서 카드부실로 카드사들과 은행권에 곤혹을 치룰 때 일찌감치 발을 뺄 수 있었던 것.

그러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금융현실을 고려할 때 이러한 농협의 ‘안전제일주의’ 경영이 언제까지 통용될지 의구심이 든다.
여타 시중은행들이 각종 악재로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대규모 흑자를 올리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농협의 저력을 못 믿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항상 뒤만 쫓는 뒷북 경영이 아닌 한발 앞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젊은농협’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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