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악순환 고리 끊기
경제의 악순환 고리 끊기
  • 홍승희
  • 승인 2004.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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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나고 정치부문이 일단은 안정되리라는 기대 속에 많은 국민들은 이제 정치권이 민생문제 해결에 더 큰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16대 국회가 특히 후반 참여정부 출범 이후 사사건건 정략적 소용돌이로 몰려들어가며 민생문제는 치지도외되는 양상을 보였기에 특히 17대 국회만은 민생 우선 정치로 자리잡아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수치상으로 보자면 분명 성장하고 있으며 경기도 분명 회복기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꾸준히 늘고 성장률은 IMF 등으로부터도 밝은 전망을 얻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는 여전히 부진하고 내수경기 역시 계속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이런저런 처방들이 나오지만 아무리 봐도 남의 다리 긁듯 시원한 결과를 기대할만한 대책은 보이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성장론이냐 분배론이냐 하는 이분법적 논의들이 일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참여정부 초기에 나왔던 분배를 통한 지속적 성장 이론을 기억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 한국 사회는 IMF 환란 이후 중산층은 사실상 거의 대부분 붕괴됐고 빈곤층과 극소수의 부유층으로 양단되다시피 한 상태다. 사회 전체로서는 결코 가난할 정도의 단계가 아니지만 집중된 사회적 재화로 인해 극소수 부유층은 애완동물까지 호사를 극하는 반면 다수의 빈곤층은 기초 생필품 구매에도 허덕이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고가의 명품 브랜드 소비는 빠르게 증가하지만 전반적인 내수경기는 갈수록 침체의 도를 더하고 있다. 집중된 부가 어느 정도 분산되지 않고는 더 이상 내수경기를 되살릴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물론 수출경기가 살아나고 그로 인해 고용이 늘면, 그래서 실업률이 낮아지면 내수경기도 살아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수익성 있는 기업일수록 빡빡할 정도의 구조조정을 통해 고용인원을 감축하고 웬만하면 아웃소싱을 통해 원가절감에 진력하다보니 수출경기가 살아난다 쳐도 고용효과는 그다지 기대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아웃소싱을 하더라도 고용이 증가할 수는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이제까지의 관행상 단순 하청기업으로서 매우 불평등한 관계로 이어져 있고 사회적 재화의 분배구조는 갈수록 악화되기만 할뿐이다. 그나마도 보다 싼 인건비를 찾아 아웃소싱을 해외기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어 고용사정을 더욱 악화시키기만 할 뿐이다.

기업으로서는 물론 수익극대화를 위한 원가절감이 중요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재화의 소수계층 집중현상의 심화를 불러옴으로 인해 다수의 소비자가 사라지는, 그럼으로써 내수경기가 살아날 수 없게 만든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지금같은 구조가 갈수록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사회적 재화의 집중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자유시장 원리를 내세우며 웬만한 공기업은 죄다 민영화시키고 있는 추세를 되돌리기도 여의치 않으니 정부가 이같은 상황 개선에 사용할만한 정책적 카드도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내수시장의 괴멸은 수출기업들에게도 장애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은 지금 세계적으로 반덤핑 제소를 당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 국가군에 속해 있다. 국내 소비를 일으키지 못한 채 해외시장에만 의존하는 기업들이 직면하기 쉬운 함정에 지금 걸려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내수시장이 죽어 있으니 비록 성장은 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산업의 균형발전이 불가능한 상황이고 따라서 소수 품목의 수출에만 의존하는 구조여서 공정거래의 문제도 종종 제기될 처지다.

더 이상 분배와 성장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정책적 우선순위를 다툴 상황이 아니다. 수출시장을 제대로 지켜내기 위해서는 내수시장을 살려야 하고 그러자면 사회적 재화의 분배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경기를 살린답시고 또다시 부동산 규제를 풀고 카드를 남발하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통화발행을 남발할 것인지 생각해보면 답은 보다 명확해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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