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815만분의 1의 '장난'...로또
[기자수첩] 815만분의 1의 '장난'...로또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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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수학시간 통계와 확률을 배웠던 시절이 생각난다. n개의 수에서 x개를 뽑아 순서와 상관없이 나열할 수 있는 가지수는 nCx이다.

한 예로 45개의 수 중에서 6개의 수를 뽑아 순서와 상관없이 나열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45C6이다. 이를 계산하면 45*44*43*42*41*40/6*5*4*3*2*1로 이 가지수는 무려 814만 5천60이나 된다.

최근 국민은행이 판매사로 나서 적극 영업에 나선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따라서 814만 5천60분의 1이다. 그런데 이 같은 확률에 6개의 숫자를 정확히 맞추는 사람이 없어 다음 추첨으로 1위 선정이 넘어가면서 당첨금은 무려 60억원에 달하게 돼었다.

국민은행은 최근 로또 복권 판매로 얻은 수익이 무려 14억원에 달했다고 친절하게도 보도자료를 뿌렸다. 무려 1달 남짓한 기간에 말이다.

최근 로또의 인기가 대단해 판매액은 더욱 치솟을 전망이니 국민은행의 복권 판매 수익금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1달에 20억만 벌어도 1년이면 240억원의 수익이 들어오게 된다. 순이자마진 3%만 계산해도 연간 약 8천억원의 대출을 해주어야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이다.

은행이 수익성을 중시하다보니 돈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 판다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이렇게 확률이 낮고 당첨금이 커 사행심을 부추기는 복권 판매에 나선다는 것은 문제 소지가 충분하다.

경마나, 경륜 등 대부분 특정한 목적을 두고 기금 마련을 위해 조성된 돈내기 사업은 항상 부작용을 일으켜 왔다. 중독성이 심하고 더 나아가서 패가망신하는 집안들이 속속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도박의 성격이 있는 게임은 다 그렇다.

은행이 돈 된다고 해서 이런 것을 팔아 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차라리 다른 기금조성 단체에서 주관해야 할 성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옛 주택은행이 주택복권을 팔아 국민주택 건설 등 기여한 바가 크지만 그 배경에는 수십년간 한 회라도 놓칠세라 복권을 산 우리 부모님 세대의 피와 땀이 담겨있다.

게다가 복권은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간 소득을 이전시키는 사회적 문제가 있다. 국민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이후 로또 복권 판매액은 무려 400억원에 달한다. 1억원 짜리 집 400채가 왔다 갔다 하는 금액이다.

부유층이 매회 복권을 산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돈 없는 사람들의 꿈을 팔아 소득을 이전시키는 이런 일에 은행이 앞장선다는 것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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