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경제위기론
대통령과 경제위기론
  • 홍승희
  • 승인 2004.05.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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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이 경제위기론을 상당히 의도적으로 과장, 왜곡해 유포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받은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무언가 현재의 정국이 마뜩찮다보니 그렇게 딴지를 건다 싶을 정도로 경제현상과 관련한 보도에는 적잖은 과장과 왜곡이 뒤섞여 있다.

물론 재화를 소유한 이들이 돈주머니를 풀지 않으면 경제는 소생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 재화를 소유한 이들 중 대다수는 현재의 정국을 탐탁찮게 여긴다는 것이 지난 총선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으니 그들과 한배를 탄 언론들로서는 그들에게 효자손 구실을 피하기 어려울 법도 하다.

경제가 죽쑤고 있는데 무조건 잘된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미 외환위기를 겪으며 그런 위험성은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나 열심히 해서 조금씩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는데 너는 글렀다고 기죽이는 소리를 자꾸 해대면 의욕이 꺽이는 것 또한 자명하다.

그런 점에서 소위 여론을 주도한다는 일부 대형 언론의 의욕고갈작전은 한국경제의 전망을 실제보다 더 어둡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염려된다.

그렇기는 하지만 또 대통령이 그런 언론의 모습에 직설적으로 한마디 내뱉고 말았다.

어떤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 선행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까지의 행태로 보자면 그다지 정밀한 사전 계산을 깔고 하는 얘기는 아닌 듯 싶다.

그런 태도가 좋게 보자면 솔직함이지만 꼬아서 보자면 속된 표현으로 대책없음이다.

총선과 곧 이은 헌법재판소 판결 결과가 모두 대통령의 앞으로의 행보를 홀가분하게 만들어줬지만 그와 함께 지지층을 포함한 여기저기서 대통령의 신중한 언행을 주문했다.

그런 여론을 의식했음인지 말수가 다소 줄었나 싶은 중에 이번엔 미리 준비된 강연에서 경제위기론을 확대 증폭시키는 일부 언론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대통령도 비판을 할 수는 있다.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라고 요구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비판자들을 향해, 혹은 정치적 반대자들을 향해 내쏟는 말들이 국민들 눈에 투덜대거나 투정부리는 모습으로 보인다면 문제가 있다.

그런데 왠지 우리는 투덜이 대통령을 뽑은게 아닌가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이번 경제위기론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는 것도 그렇다. 분명 일부 언론의 위기론 확대 재생산 노력은 의도성이 짙어 보인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대통령이 직접 말해야 했나 싶어 안타깝다. 대통령 주변에선 다들 뭘하느라 매사를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하는 것인지 참 딱하다.

대통령 입장에서 수치상으로는 분명 경제가 나아진다는데도 국민들은 실감하지 못하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 것까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런 숫자에만 기댄 경제현실 인식은 위험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위기설을 과장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 없다.

총량적으로는 성장하지만 사회 전반으로 그 결실이 고루 퍼지지 못하는 현재의 경제구조, 경제체질을 당연한 것,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기는 한 답은 찾아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경제현상은 대통령으로 하여금 전혀 새로운 경제학 이론을 세우라고 요구하는 수준인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비판에 급급할 뿐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비판세력이나 그런 비판세력에 잔뜩 신경을 곤두세운채 해명하고 방어하기에 급급한 대통령의 동일한 논리적 대응은 보는 이들을 대통령만큼 가슴 답답하게 만든다.

세로로 내리긋는 칼날은 가로베기로 흘리듯 막아야 상처도 충격도 피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소수 언론의 아젠다 독점을 비판하기 보다 대통령이 새로운 아젠다를 생성시키는 또하나의 포지티브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야 현재의 경제체질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을 듯싶다.

경제운용 전략 역시 기존 논리를 동원한 구태의연한 해석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창출되는 도전적 아이디어로부터 나와야 마땅할 것이고.

한국경제가 처한 현재와 같은 상황을 성공적으로 돌파한 사례는 아직 없다. 우리는 또한번 남들이 겪지 않은 새로운 길의 개척에 나섰다. 어쩌면 40년전보다 더 힘든 새로운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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