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인 금융권과 '乙'인 IT업체
'甲'인 금융권과 '乙'인 IT업체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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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과 이를 고객으로 삼고 있는 IT업계의 관계는 한 마디로 불평등 자체다.

IT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굽히고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금융권을 ‘갑’에 비유하고 IT업체를 ‘을’에 빗댄다. 을은 갑의 어떠한 요구도 수용해 주는 것이 예의(?)로 통하고 있다.

최근 논란을 빚어온 부산은행 BPR 프로젝트의 서버 선정도 은행측의 요구가 그대로 수용됐다.

우선협상자인 삼성SDS는 최종 협상과정에서 부산은행으로부터 BPR프로젝트의 서버로 제안된 장비와 다른 회사의 기종을 제안하도록 요구받았다.

삼성SDS측은 제안한 장비가 채택되도록 요구했으며, 부산은행은 다른 회사의 장비로 변경하든지 가격을 낮출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그동안 부산은행과 삼성SDS간에 서버채택을 둘러싸고 상당한 줄다리기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결론은 부산은행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장비는 은행측이 요구한대로 바뀌었으며, 가격도 떨어졌다.

삼성SDS 관계자는 고객사인 부산은행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은행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부산은행은 사업자를 선정하기 이전에 프로젝트와 관련된 제품 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다는 각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어 차선협상자에게 넘어가는 상황이라면 눈물 머금고라도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은행 뿐만 아니다. 증권, 보험도 마찬가지다.

더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받기도 한다는 것이 IT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각종 교육지원, 컨설팅 등 많게는 수백억원이 공짜로 제공된다.
금융기관입장에서야 좀 더 싸게 사업을 진행하고 싶겠지만 IT업체로서는 살을 깎는 일이다.

프로젝트의 기획단계나 발주시 IT업계가 제출하는 RFI(정보제공요청서)와 RFP(제안요청서)도 악용되기도 한다.

IMF시절 이전에는 IT업체들이 오히려 큰소리를 쳤지만 이제는 시장 규모도 줄어들고 IT기술에 대한 금융권의 노하우가 높아져 이제는 반대가 됐다.
IT경쟁력은 기업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이러한 IT경쟁력은 금융권과 IT업계의 공조를 통해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금융권이 IT업계만의 희생을 강요한다면 그 여파는 결국에는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IT기업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금융기관과 IT기업간의 관계가 불평등한 관계를 넘어 대등한 관계가 맺어지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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