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역시나 그리고 또 설마
설마, 역시나 그리고 또 설마
  • 홍승희
  • 승인 2004.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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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제유가는 급등하고 미국은 금리를 인상했다. 대충은 예상됐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설마’하다 뒤통수 맞은 대목은 발견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우리의 속담이 있다. 그런 속담이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안일하게 대처하는 습성이 우리에게 만연돼 있어서 경계하고자 하는 의미일 것이다.

그 ‘설마’하는 심리는 실상 이미 위험이 감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믿기 싫어서, 믿고 싶지 않아서 현실을 회피하려는 의식의 반영이기도 하다.

불안하지만 그래도 믿어보자는 심리는 사람사는 세상에서 믿음을 지키려는 의지로 긍정적 해석을 해 볼 여지라도 있다. 그러나 정면으로 맞닥뜨리기 두려워서, 혹은 미리 대비하기 귀찮아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면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움직이고 변하는 것이 마땅한 사회 경제적 현상을 해석하고 대처함에 있어서 항상 고정된 틀에만 매달리려는 관료주의도 실상 그 귀찮아서 ‘설마’라는 자기최면 속으로 숨어드는 행위일 뿐이다.

그런 무책임한 행동을 다수에게 영향을 미칠 위치에 있는 이들이 그러 한다면 사회공동체 전체에 위해를 가하는 것으로서 사회적으로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 경우를 ‘공인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정책 하나가 입안되고 집행되기 위해서는 예상되는 모든 부작용과 저항 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다른 나라의 정책이 어떻게 바뀌고 또 그 파장은 얼마나 미칠지에 대해서도 보다 다각적인 검토와 대책마련이 있어야 마땅하다.

그런 사전 검토와 대비가 미흡해서 벌어지는 사단들을 우리는 충분히 많이 경험해왔다. 각종 부실공사, 부실정책 등등.
요즘 한국사회는 그동안의 관행화된, 그래서 사실상 묵인되던 여러 사회적 행위들에 대해 더 이상 묵인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 변화의 와중에 ‘그전에 아무개는 이래도 괜찮았는데’라는 식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소리들도 꽤 들려온다. 이전에 우리 사회는 그런 응석을 대충 너그럽게 받아들여줬다.

IMF체제를 겪으며 90년대 후반은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시기였다면 지금은 그 변화의 물결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며 요동치는 시기다. 정치권과 관료사회에도 어쩔 수 없이 변화의 바람은 불어갈 수밖에 없다.

그 변화를 거부하려는 몸부림 또한 거세지만. 그리고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조차 묵은 관행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이런 변화는 우리사회가 집단적 피해의식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 한 징표이기도 하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과거처럼 약자의 징징거림만 계속할 수도 없고 국내에서도 과거의 사회적 약자 그룹이 계속 약자의 지위에 머물러 있지도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정치적 억압이 심하던 시절에는 집단적 저항이면 모두가 도덕적 정당성을 갖는 것으로 인정되기도 했다.

그것이 설사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라 해도. 그러나 이제는 집단 이기주의와 사회 정치적 저항은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과거 정권이 독점했던 사회공동체의 이익이 아니라 다수가 동의하는 다수의 공리가 개인의 이익과 상충할 때 어떻게 그 접점을 찾아나가야 하는지 모색하는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이제 더는 사회적 응석에 관대해지지 말자. 당당한 권리 주장과 터무니없이 큰소리치는 응석은 좀 명확히 구분하자.

그 경계가 애매한 구석도 많지만 응석부리고 떼쓰는 이들이 남들의 당연한 권리 주장 위에 기생하며 실상 남들의 권리를 갉아먹는 사례 또한 더 이상 용납하지 말자.

이제는 정말 응석받이들이 온통 휘젓고 다니는 사회가 아닌 어른다운 사회를 만들어가자.

그래야 우리도 매사 제대로 준비하는 사회, 미래가 제대로 준비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다음 세대들에게도 지금보다는 좀 더 당당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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