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의 경제학
신행정수도의 경제학
  • 홍승희
  • 승인 2004.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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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선 공약으로도 이미 충분히 관심을 모으고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신행정수도 문제가 최근 후보지 최종 선정을 전후해 다시 여론을 들끓게 만들고 있다.

실상 언제나 그렇듯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문제에 대해서 끓어오르는 여론이라는 것은 대개 이해당사자들간의 부딪침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이번 문제에 관해서는 피해를 예감하는 이들이 게거품을 무는 외에 이렇다하게 반론이 등장하질 않는 모양새다.

실상 서울이 하나의 도시로서 포화상태임은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던 사항이지만 새삼스럽게 도시과밀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둥, 서울이 공동화될거라는 둥 하는 식의 매우 감정적인 반발이 튀어나오는가 하면 균형발전론은 하향평준화론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마저 나타나고 있어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물론 행정수도 건설이라는 큰 과제가 논란을 불러일으킬 충분한 재료인 것은 틀림없지만 다분히 격해진 감정으로 억지부리기, 딴지걸기식으로 문제를 만들려는 태도는 좀 딱하다.

그런 여론그룹은 일단 차치하고 요즘 건설비용 문제와 관련된 주장들만 따로 놓고 순전히 경제적 측면에서 따져볼 필요는 있을 성 싶다. 정치인들이 “요즘 경제도 어려운데 그런 천문학적 비용을 쓰며 이전해야 하느냐”고 따지고 드는 것은 민심을 장악해가야 할 그들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소리다. 그렇지만 경제전문가라는 이들이 그같은 지적을 할 때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비심리나 기업의 투자의욕이 영 살아나질 못하면서 지금 한국경제 위기론도 심심찮게 나오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 표피적 지적만 무성할 뿐 심층적 원인분석에 나서는 전문가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이 시점쯤에서는 다시 한번 점검해보고 틀거리 자체를 바꿔야 하는지 여부를 심사숙고할 단계가 아닌가 싶지만 어느 누구도 그런 노력을 기울이려 하지 않는 듯해 안타깝다.

지금 한국 경제는 정부가 주장하듯 수출경기도 살아나고 지표상으로는 분명 호전돼 가는 듯 싶다. 그러나 개개인들의 삶은 그 궁핍함이 개선되기보다 더 악화된다고 느끼며 앞으로도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못갖는 듯하다. 그러니 당연히 소비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아니, 하층으로 내려가면 갈수록 실상 소비여력이 아예 고갈돼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초적인 소비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서민들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 단계에서 기업투자가 먼저냐, 소비활성화가 먼저냐를 묻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개인 소비가 지금처럼 위축된 상황에서 소비재 생산을 하는 중소기업들이 버텨나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중소기업의 대부분이 소비재 생산에 매달려 있는 상태에서 이 말은 곧 경기가 저절로 풀리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은 한국에서도 한물간 이론으로 취급되지만 그럼에도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유효한 수단인 국가차원의 대형 프로젝트 시행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갈수기 몇 달간 국민들의 일거리 생성 차원에서 시작됐다는 말이 있듯이 소비여력이 고갈될 위기에서는 임시적이나마나 일단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내고 또 기업 생산물들의 소비처를 만들어내야 한다.

경제학에서도 소위 유수정책(誘水政策: Pump Friming)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지 않은가. 허구한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해봐야 상황을 호전시킬 수는 없다.

도시 하나 건설하는 데 얼마의 비용이 드느냐로 또 논란이 되고 있지만 도시 건설이 전적으로 재정에서만 지출될 것도 아니고 민간부문에서 그보다 월등히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일단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는 있을 것이다.

벌써 투기꾼들이 설친다느니 하는 식으로 부작용만 자꾸 들먹거릴 일은 아닌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어느 부분엔가는 상처가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다같이 늪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상처를 두려워만 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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