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한국경제를 위한 처방전 하나
우울한 한국경제를 위한 처방전 하나
  • 홍승희
  • 승인 2004.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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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우울증에 빠진 한국경제’론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실상보다 비관적 전망이 난무하는 현실을 표현한 말인 듯 싶지만 문제를 침소봉대하기 즐기는 언론들은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생산하는 매개로 이 표현을 연일 화두로 올리고 있다.

의사는 제대로 된 치료를 하기 위해 그에 앞서 병증을 제대로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대로 된 진단이라면 드러난 증상으로 병명이 뭔지를 밝히는 것 못지않게 원인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처방도 제대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 경제가 지금 뭔지 심한 병증을 나타내고 있다는 데는 서로 동의하면서도 그 병증의 원인을 두고는 매우 엇갈린 주장들이 나온다. 대체로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측과 국민 개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측이 서로 다른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한쪽에서는 한국 경제가 일본이 지난 10년간 겪어온 장기불황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런가 하면 정부는 일본과 한국의 경제구조가 다르고 아직 한국의 상황이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으로 빠져든다는 징후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 정부나 또는 정부 경제정책에 비판적인 측이나 모두 일본의 경제불황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적절한 텍스트를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오히려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서며 침몰하기 시작한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의 길을 뒤따르는 징후는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장기불황에 빠져들 당시의 일본은 한국에 비해 부의 집중도는 매우 낮은 상태였고 중소기업의 비중은 우리보다 월등히 높은 상태였다. 세계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점하는 상품의 수도 우리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많았고 또 다양했다. 그 10년동안 내수시장이 침체를 겪었다지만 한국에 비해 탄탄한 내수시장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 기초체력 면에서 한국이 쉽게 생각할 대상은 아니었다.

물론 한국이 성장가도에서 갑자기 동력이 멈추며 추락한 중남미 국가들에 비하면 부의 집중도는 낮은 편이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며 성급한 회복 노력의 결과로 집중도가 더 높아졌다는 점에서 마냥 안심할 형편은 아니다. 그렇기에 총량적으로는 분명 원상회복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재도약 성과를 국민들 다수가 실감할 수 없다.

중산층은 괴멸되다시피 감소했고 빈부격차는 시장의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 국산 자동차 시장이 침체를 겪는데 비해 외제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며 국산차 가운데서도 중`대형차들은 그런대로 견실한 시장을 유지하는데 비해 소형차, 경차 시장의 침체는 뚜렷히 드러난다.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 상승폭이 소형 아파트에 비해 월등히 큰 것도 중산층 붕괴를 읽어내
는 한 지표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이유를 과연 정부나 또는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측이나 제대로 인정하고 있는지는 그 주장하는 대책이라는 것들을 볼 때 매우 의심스럽다.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이들은 기업의 희망 찾아주기 차원에서 이러저러 내놓는 대책이라는 것이 결과적으로 보다 부의 집중도를 높일 만한 것들 뿐이고 정부 역시 총량적 성장 수치에 매달리느라 구조적 개선에 매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

기업 활동이 활발해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아무리 고용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라 해도 일단은 기업 활동 없이 경기회복을 시킬 방법은 없다.

그런데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 남들은 다 활발히 움직이는데 유독 한국의 기업들만 헤매는 것이 과연 정부의 규제나 정책의 비효율성 때문일까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아직도 저가 대량생산 시절의 다소 투기적인 배팅에 익숙한 기업들이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 고부가가치 상품 소비시대의 패턴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기업 활성화는 바로 그런 창의력 부족한 대기업 의존을 속히 벗어나려는 정부 의지로부터 출발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그때 한국 경제도 우울증을 털어버릴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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