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하나...
어디로 가야하나...
  • 김성호
  • 승인 2004.07.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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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증권업계를 보면 조타수를 잃은 배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증시는 하루를 예측할 수가 없고 증권사들은 뚜렷한 사업방향을 잡지 못한 채 정처 없이 표류만 하고 있다.

이처럼 폭풍우가 몰아치는 상황에서 목적 없이 항해를 하다보니 증권사들이 대내외적으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고 결국 견디지 못한 증권사들은 시장논리에 입각해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여느 회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증권사들이 난국을 헤쳐 나가지 못한 채 고전만 하는 것은 항해는 하지만 어디로 가야하는지 뚜렷한 방향을 모른다는 점이다.

즉, 수십년간 위탁영업 중심의 천수답식 영업을 전개해 온 증권사들이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을 통해 변화의 용트림을 하고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과연 그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들어 증권업계에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과연 증권사들의 몸에 걸 맞는 옷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작년부터 불기시작 한 자산관리 바람은 잠시 꽃을 피우는가 싶더니 불안한 장세속에서 조금씩 시들어가는 분위기고 그렇다고 과거 위탁매매 중심의 영업으로 회귀하자니 증권사의 한계를 보이는 것 같아 쉽게 수용하기가 어렵다.

얼마 전부터는 기업금융업무가 또 다시 고객을 들고 있지만 이도 아직까지 규모의 경쟁에서 외국사와 비교가 되지 않는 국내 증권사의 현실을 감안할 때 고민해야 될 숙원사업에 불과하다.

한 증권사 사장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불안한 장세속에서도 걱정 없이 돈을 벌수 있는지 고민”이라며 “증권사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관리업무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 때문에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이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미 수십년간 위탁매매 중심으로 수익구조가 짜여진 국내 증권사 입장에선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우리는 흔히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을 때 다양한 옷을 놓고 고민을 한다. 그날의 날씨와 해야 될 일들을 고려해 옷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증권사에는 자산관리업, 위탁매매. 기업금융 등 다양한 사업들이 즐비해 있으나 과연 이 사업들의 미래가치를 따져볼 때 자사의 역량 극대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수익원이 한정돼 있는 시장이라면 증권사들은 자사의 색깔에 맞는 사업을 선택해 집중 육성해야만 한다.

즉,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과 같이 갈팡질팡할 일이 아니라 자사에 맞는 사업을 확실히 선택했다면 소신을 갖고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설프게 이것저것 걸쳐보다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 보다는 훨씬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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