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국부유출이라고?
단지 국부유출이라고?
  • 홍승희
  • 승인 2004.07.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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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 29일 발표한 2004년 6월 국제수지동향을 분석한 기사마다 수출로 번 돈이 국외로 새나가고 있다, 국부가 유출되고 있다 등등 요란하다.

근래 들어 이같은 현상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닌데 왜 갑자기 이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는가는 명확치 않으나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보자면 가뜩이나 불안한 경제상황에 근심거리가 커질 법하다.

문제는 뭘 수출하고 또 밖에 나가 무엇에 돈을 썼느냐는데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듯 하건만 어째 단순한 숫자에만 매몰된 성 싶어 안타깝다.

수입을 하고도 그보다 부가가치를 높여 수출로 되돌아 올 것들이라면 당장은 몰라도 장기적으로 봐서 그리 걱정만 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우린 과연 뭘 수출하고 어디에 달러를 소비했던가.

수출의 대종이야 여전히 반도체와 자동차라지만 그래도 핸드폰이니 하다못해 소주까지 총력적으로 수출전선에 나선 상황이다.

근래 들어 인터넷 서비스 등 정보통신 서비스의 해외 시장 개척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가 수출하는 것은 2차산업 상품이 주력이다. 그것도 해외로 나가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다닌 결과들이다.

그런데 우리가 해외에 돈을 뿌리는 것들은 유학, 연수, 특허권 사용료 등 주로 서비스 상품들이다. 물론 관광상품에도 적잖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이민자들이 들고 나가는, 그래서 국내로 환원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지출이 많다는 것도 속쓰리게 하는 현상이다. 아무튼 우리는 돈 쓰는데도 주로 찾아다니면서 쓰는 꼴이다.

그렇긴 해도 이런 지출이 장기적으로 보자면 꼭 손해라고만 단정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을 해외로 나가서나마 채우고 돌아온다면 결국은 우리 사회에서 유용하게 쓰일 터이다. 해외 이민자들도 결국 나가서 장사를 하더라도 주로 국내와 연결돼 장사할 수밖에 없으니 장기적으로 보면 일방적 유출이라고 속단할 일만도 아니다. 한국이 앞으로 그만한 경쟁력을 갖느냐에 달린 문제일 뿐이다.

이쯤에서 한번 시각을 바꿔 생각해보자. 2차산업 사회보다는 3차산업 사회가 발전된 단계라는 것은 중고등학교에서도 가르치는 기초적인 경제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 길을 제대로 나아가고 있을까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3차산업이 분명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럼 그 방면에서의 국제경쟁력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있는가 되짚어보자. 물론 일반 소비자를 제외한 경제주체들은 많이 생각하고 있을 터이지만 일반 소비자, 즉 국민 다수가 그런 인식을 공유하고 있을까 되돌아보면 그건 아닌 듯 싶다.

서비스 이용자들은 그로 인해 여러 무형의 정보·지식을 얻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면 그만큼 사회 전체적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인식을 다수 국민이 공유하고 있다면 단순히 국제수지의 일시적 적자를 두고 국부유출이라는 둥 호들갑을 떨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이런 단순 반응을 보고 있으면 마치 고3 수험생들을 무턱대고 책상머리에 오래 붙들어 앉혀만 놓으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 믿는 많은 학교, 가정의 모습을 보는 것 만큼이나 답답하다.

국민 다수의 경제적 지식은 과학기술이나 여타의 지식과 마찬가지로 곧 국가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그런 만큼 다수의 일반 국민들과 제대로 된 지식·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사회적 프로그램들이 필요할 듯 싶다.
80년대 초반에 한동안 경제공부 하자는 열풍이 불기도 했었다. 물론 그때 그 바람이 분 것은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을 딴데로 돌리려는 정권의 노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래를 읽지 못해 불안한 경제상황 앞에서 지금이야말로 경제의 흐름이 정상적 궤도 위에서 제대로 운행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공부할 때가 아닐까 싶다.

모르는 이들끼리 서로 붙들고 경제가 앞으로 어떨 것 같냐고 물어봐야 장님끼리 손붙들고 가며 서로 상대를 믿고 의지하는 것만큼이나 위태롭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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