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업체가 장사하기 어려운 나라
중소업체가 장사하기 어려운 나라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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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중소IT업체들이 장사하기 정말 어렵습니다.”

한 중소IT업체 사장이 말끝마다 내놓는 푸념이다. 대형SI업체들에게 조금이라도 찍히면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란다.

국내 IT 시장은 삼성SDS, LG CNS, 현대정보기술 등 대형 SI업체들이 선점하고 있으며 이들과 친하지 않으면 생존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업체들이 이 땅에서 ‘혼자 서기’ 어려운 것은 발주처의 보신주의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기술면에서 경쟁력을 가지더라도 국내업체가, 그것도 중소업체가 개발했다고 하면 이후 혹시 모를 장애에 대해 책임지는 것을 먼저 두려워한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국산솔루션을 샀다고 말하기 보다는 해외 유수업체의 솔루션이지만 우리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변명을 둘러대는 것이 잘 먹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대형프로젝트에서 외산솔루션이나 외국계기업, 대형업체들 일색인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 대형SI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 대형 업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우는 것이 중소업체에게는 무엇보다도 불가피했다.

하지만 대형SI업체들은 막대한 자본력과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 이제는 대형 프로젝트는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프로젝트 뿐만 아니다.

예전에는 10억원짜리 사업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던 대형SI업체들이 이제는 수억원짜리 소형사업에도 참여해 중소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

대형사업에는 중소업체들이 단독으로 참여할 수 없게 돼 있지만, 소규모사업에 적용된 대형사의 참여제한 규정은 거의 사문화됐다.

대형SI업체가 수주한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중소업체들이 설 땅이 없게 된 것이다.

또 설혹 대형 SI업체가 수주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중소전문업체들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익을 남기는 대형SI업체들에 반해 중소업체들은 파트너라는 미명하에 일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손을 뗄 수 없다.

중소업체들의 이러한 위기상황은 스스로 자초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그동안 대형SI업체를 등에 업고 살아온 것은 결국 자신들이었기 때문이다. 험난한 경쟁속에서 한 사람, 한 기업을 설득시키기 보다는 대형업체와 손잡는 ‘쉬운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중소업체들의 위기에는 분명 구조적인 문제점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의 규모가 커든 작든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또 다른 생존전략을 찾아야 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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