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 회장이 지금 해야할 일
羅 회장이 지금 해야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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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서지희 기자]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치부가 드러나면서 그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신한지주 주가는 투자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렇게 숨고르기 조차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라 회장 당사자는 해외 출장중이다. 신한지주 측은 이미 예정됐던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 참석차 출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이 팽배한 현실적 요인을 무시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어 불가피한 결정이란 얘기다.

그룹의 이미지와 해외투자자들을 안심시키겠다는 그의 바쁜(?) 행보에서 정작 신한금융그룹 직원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수 없었다.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 통보를 받은 직후 급거 귀국했던 라 회장은 출국 당일 오전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자리를 마련했다. 향후 거취, 차명계좌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짧막하게 몇마디를 남기고선 총총히 사라졌다. 신한 직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침묵으로 사죄의 뜻을 전달한 것인지, 파장을 고려해 말을 아낀 것인지 라 회장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으나, 조속한 조직의 안정을 바라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더군다나 별도로 전직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없이 돌연 출국을 강행한 점은 더 이상 실점할 것이 없는 라 회장이 조직관리를 등한시 한 이기적인 행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라 회장 출국 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출국했던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조기 귀국하면서 라 회장이 이 행장에게 국내 '뒷처리'를 떠맡기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이는 이백순 행장이 신상훈 사장 고발 당시 행내 인트라넷을 통하여 고발의 당위성을직원들에게 설명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라 회장은 현 싯점에서 자신이 무엇을 가장 중요시해야하는지에 대해 심사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1991년 수장역할을 해 온 라 회장의 원동력이었던 '신한DNA'의 전계열사 직원들에 대한 마지막 예의는 지켜야한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국내 금융권은 한 쪽의 성향을 많이 따라가는데, 신한사태가 조속히 해결돼야 우리도 함께 윈윈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각 사별로는 경쟁관계가 형성되지만, 큰 범주에선 한국 금융시장을 함께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회 증인채택이 최종 의결되면서 그의 참석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라 회장은 이번에 입국할 때에는 자신을 위한 시간이 아닌, 조직 리스크관리를 위한 시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는 리스크 관리의 책임을 아랫사람 탓으로 돌리지 마라." "CEO들의 부주의로 회사는 물론이고 미국경제에 해를 입었다면 CEO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올 초 워렌 버핏이 서한을 통해 주주들에게 전달한 내용 중 일부이다.

라 회장의 책임은 법을 넘어섰던 과거의 행동에 대한 판결을 받아들이는 것 뿐만은 아니다. 흐트러져 있는 '신한DNA'를 바로잡고, 신한금융그룹의 조직 분위기가 하루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비록 금융황제의 '아름다운 퇴장'은 어려워졌지만, 직원들에게 그룹을 진심으로 아꼈던 수장으로 기억될 수 있는 기회만은 '실기'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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