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가 한국증시를 노린다?
월스트리트가 한국증시를 노린다?
  • 홍승희
  • 승인 2003.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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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북아경제블럭을 둘러싸고 물류허브로부터 출발하느냐, 금융허브로부터 출발하느냐를 놓고 이론들이 나오는 양상이다.

논란을 지켜보면서 이 문제가 또하나 선택의 문제인지 의문이 든다. 모든 일을 꼭 순서를 정해야 하는 문제인지를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

금융시장 구조조정 과정의 실효성 논란들을 보면 시장이 있고서야 비로소 서비스가 발전하는 것인데 시장을 키우는 문제에는 별다른 관심들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시장이 다 커지기를 기다리면 다 된 밥상을 외국계 자본들이 독식하는 상황도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

이미 외국계 자본들은 여러 방면에서 한국 금융시장을 맛보기 위해 기웃거리고 있다. 이미 한발 담근 외국계 금융기관들이야 그렇다쳐도 투기금융자본부터 외국계 군산복합자본까지 한국 금융시장에 대해 시선거두기를 할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최근 SKT를 둘러싼 증시의 소동도 이런 외국계 자본들의 놀음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주가가 지금보다 조금만 더 떨어지면 외국계 자본들이 현재보다 훨씬 큰 규모로 몰려들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한국의 주가 떨어뜨리기에 적극 나서는 양상도 보인다. 한반도 전쟁위기 고조도 그런 금융자본의 욕망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분명 저들은 한국의 금융산업이 장기적으로 동북아 금융허브가 될 때 지금보다 훨씬 큰 파이를 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금융기업들의 규모를 둘러싼 논쟁은 너무 단기적 시선일 수도 있다. 양적 증가가 질적 전화를 가져온다는 법칙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규모의 경제에 대해 이제는 너무 네거티브 시각으로 딴지 걸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규모가 만사형통은 아니다. 그보다 이제는 질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 세계 금융자본이 넘보기 시작한 시장에서 너무 단순한 상품구조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금융산업의 복합상품 운영을 규제하는 법제의 정비가 더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올 8월부터 방카슈랑스를 도입한다고 정해졌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 모든 금융사들이 경계를 허물고 전방위적 영업을 하는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 결국 전방위적 영업경쟁을 통해 체질을 강화하고 자연스럽게 구조조정도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언제까지 은행 따로 보험사 따로, 투신사 따로, 증권사 따로 하는 식의 따로국밥으로 갈 수는 없다. 다양한 틈새시장용 금융사 출현도 가능하게 하고 각종 파생상품을 업종 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취급하게 하는 시장 내적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놔야 세계 금융자본들의 본격적인 진공 시점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실상 한국은 거의 모든 시장이 그렇듯 정규군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산악지형인 한국의 군대가 평지 위주의 미군 전술을 그대로 적용하기 부적합하듯 한국은 실상 각종 시장들도 게릴라들의 무대가 되기에 적합한 요소들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순발력과 기동성없는 기업이 자생력을 갖기는 어려운 소비자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기간산업을 키운 것은 소비자시장 논리가 아니라 관치경영, 국가기업화 정책의 힘이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정부의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철저히 시장논리로 살아남으려면 정규군 방식보다 게릴라 방식의 시장 접근이 필요하다.

어차피 21세기 자체가 다품종 소량생산체제, 즉 게릴라성 시장화하지 않으면 기업 생존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예고돼 왔다. 특히 한국 시장의 특성은 그런 기업 생존 전략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제까지 관치금융하에서 단순한 상품구조로 금리와 통화량 정책에 의존해 유지돼온 금융산업은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을 해야만 할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한국을 넘어 동북아, 나아가 아시아를 넘고 전세계로 눈을 넓혀 시장을 찾아야만 한다. 시장없이 생존없다는 절박함으로 소비를 넘어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럴 때 금융은 제조업, 물류의 길을 어떻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아갈 수 있을지 길이 보일 것이다. 더 이상 금융 따로, 제조업 따로, 물류 따로가 아니다. 하나의 유기체가 돼야 살아남는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동양의 오랜 사유 전통은 낱생명과 온 우주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아왔다. 그런 사유의 전통을 되살려야 우리가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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