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만큼 이룬다
믿는 만큼 이룬다
  • 홍승희
  • 승인 2004.08.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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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부모가 믿어주는 만큼 자란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비단 아이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부하직원들도 대개는 상사가 믿어주는 만큼 일에서 성취를 보인다. 나아가 스스로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는만큼 성취하게 되는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스스로가, 혹은 주변의 누군가가 능력을 믿어주고 성공을 확신하면 자신감이 붙고 신명이 나서 노력하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며칠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버지 시대의 정치적 과오를 일부 시인하고 사과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에 대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커다란 업적이라고 화답했었다.

이 말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 내지 의례적 인사치례로 볼 수도 있지만 70년대의 고도성장을 이룬 데는 한국 사회가 역사상 유례없는 자신감에 차 있었던 시대적 배경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이전의 대중들 속에 자리잡은 민족적 자기비하 의식, 소위 ‘엽전’ 의식을 깨트림으로 해서 흔히 말하는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던 것이다. 무엇을 성취해서 자신감이 붙을 수도 있지만 자기 미래에 자신감을 갖고 진취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소정의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확실히 성공한 사례인 셈이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성공하는 방법’류의 처세서들이 공통적으로 권유하는 것도 스스로를 믿고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고 당당하게 맞이하라는 것이다. 이는 또한 요즘 성공하는 경영자의 새로운 모델로 벤치마킹되는 예수가 이미 2천년 전에 가르친 진리이기도 하다. 확고한 믿음이 있으면 불가능은 없다는 가르침.

대개 의기소침해 있는, 절망감에 빠져있는 이들은 이같은 권고를 들으면 흔히 “뭘 믿을 건덕지가 있어야 믿을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먼저 믿으면 그 믿는대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역발상을 예수도, 오늘날의 여러 카운슬러들도 한결같이 권한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요즘 한국사회는 분명 자신감이 사라진 듯 보인다. 경기침체로 의기소침해졌고 개개인들은 취업불안, 직장에서의 불투명한 장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사업장 등 암울한 전망에 흠뻑 젖어있다. 대기업들은 앞으로 뭘 하면 확실히 돈을 벌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투자할 여력을 쌓아두고도 머뭇거리기만 한다.

한국 사회는 과연 미래가 없는가. 지금 우리는 뭘 두려워하고 있는가. 모든 질병이 다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불과 30~40년 전까지 손에 쥔 것 하나 없이 외국 차관만으로 맨 땅에 헤딩하듯 무모해보이는 경제개발을 시작했다. 경제개발 초기의 산업이라야 단순 노동력만 파는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 산업 뿐이었고 그나마 상당수는 선진국의 하청공장에 불과해 당시에도 많은 지식인들, 언론들은 그 안에서 희망보다 절망을 더 예민하게 포착했다.

빛 속에 내포된 어둠, 그림자를 보는 것은 지식인의 본령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보는 절망을 실감할 수 없는 다수의 대중들은 희망의 빛만을 보고 달려간다. 그 속에서 전체는 발전하고 지식인들의 우려는 사회적으로 적절한 브레이크 역할을 하며 예상되는 위험을 회피하도록 돕는다.

그 브레이크가 분담한 역할의 범주를 넘어 전체의 진행을 가로막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암울한 기운이 혹시 제동력 과잉의 현상은 아닌가 뒤집어 생각해 볼 필요도 있을 성 싶다. 정녕 물 속에 갈아 앉고 있는 사회를 바닥까지 끌어내려야만 되짚어 떠오르게 만들 수 있는가.

경제지표에는 늘 빛과 그림자가 함께 들어있다. 어둠만 보는 눈은 어둠에 익숙해져 갑자기 빛에 노출되면 일순간이나마 앞을 보지 못한다.

한국사회는 지금 빛과 어둠을 같이 보는 균형추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과연 우리 사회가 미래를 확신하며 신명나게 달려갈 여지는 없는지, 그래서 자꾸 절망감으로 사회 전체를 오염시켜 가야만 하는 것인지 걱정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은 다시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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