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장님들 힘내시죠
지점장님들 힘내시죠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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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꽃이라는 영업점장들의 사기가 바닥이다.

걸핏하면 추진되는 각종 사업에 시달리면서 예전에 위세는 간 곳 없고 거래처에 ‘아쉬운 소리’하러 다니는 게 일이다 보니 그나마 자부심도 사라져 간단다.

불볕더위속에 거래처 방문에 지친 한 점포장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거래처 한 곳에서 발생한 연체로 1년 농사가 헛농사가 될 판이라며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각행이 연체관리를 강화하면서 부실채권 발생시 벌점을 영업해서 벌어온 수익의 몇 배까지 배점하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군데서 구멍 나면 1년 농사가 말짱 도루묵입니다”
“제가 대출해서 생긴 부실이라면 그나마 감수하겠지만 실적올리기에 급급했던 전 점포장이 결재한 여신으로 문제가 생기면 정말 억울하죠”

특히 하위 등급이라도 받는 날에는 언제 책상하나 덜렁 안겨주는 업무추진역으로 발령날지 모른다는 사실에 밤잠이 안 올 때도 있단다.
덕분에 치사해도 경쟁은행 거래고객 뿐만 아니라 같은 은행의 타 지점 고객이라도 빼올 수만 있다면 섭외에 나선다.

“타지점 거래고객이라도 대놓고는 말 못해도 은근히 종용은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살 깎아 먹기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당장 살고 봐야 할 일 아닙니까?”

지난 한미파업때 문닫은 한미점포 앞에 봉고차 대놓고 손님을 실어 나르지 않은 것만으로 양심은 지켰다고 자조해 보지만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직원 관리도 예전 같지 않다.

기업금융지점의 경우 점포슬립화로 몇 명 되지도 않는 직원에 지점장 명함 든 간부는 여럿이다 보니 ‘令’이 안서는 것은 물론 서로 내일부터 먼저 처리해 달라는 지점장들 등쌀에 부하 직원들 눈총이 곱지 않다.

계약 연장 안해준다고 결혼한 고참 텔러가 눈물이라도 보이면 미안한 마음이 안들 수가 없다. 그래도 없는 인원에 출산한다고 몇 달씩 비우면 감당이 안되니 못할 짓을 할 수밖에…

또 영업점 사기 진작책이라고 임원들이 점포 방문에 나서는 날에는 미리 대청소도 하고 바쁜 와중에 직원들 모아 ‘정신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입단속도 해야 하고 일만 는다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

그나마 회식비를 임원이 내주고 가면 다행이지만 점포 경비로 처리해야 하는 날에는 없는 살림에 머리가 다 아프단다.

그래도 과로로 쓰러져 가며 버텨준 점포장들 덕분에 은행들이 올해 상반기 ‘사상최대의 이익’을 올릴 수 있었지 않냐는 위로답지 않은 위로를 보내며

‘지점장님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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