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목청이 더 큰가
누구 목청이 더 큰가
  • 홍승희
  • 승인 2004.09.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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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카드대란인가. BC카드와 E마트 간의 수수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처음 BC카드가 E마트에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하면서 양사간 줄다리기로 시작한 분쟁이 점점 서로 세확산을 시켜가듯 양측간 참가자를 늘려가더니 마침내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끼어들었다. 현재와 같은 양상으로 치닫다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떤 결론을 내든 그것으로 끝맺지 못하고 아예 법정까지 가자고 나설 기세들이다.

최초로 국내 할인점시대를 연 유통업계의 강자 E마트는 같은 회사인 신세계백화점과 함께 막강한 유통망을 배경으로 카드업계의 일방적 수수료 인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전국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가단협)는 이번 분쟁을 아예 카드사용 의무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할 태세다.

그런가 하면 E마트의 협력업체인 삼성카드마저 카드업계의 수수료율 인상 움직임에 동조하고 나섰다. 완전히 카드업계와 전 가맹점포의 전면전으로 치달을 기세들인 것이다.

양측은 서로 소비자를 위해 칼을 뽑아들었다는 식의 논리를 전개하니 그 틈새에 낀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그저 어리둥절한 채 이쪽저쪽 얼굴만 쳐다보는 꼴이다. 서로 상대의 입장을 왜곡하기에 여념이 없으니 쉽사리 판단을 내리기도 어렵다.

서로의 이해가 맞닿아 있는 카드 수수료 분쟁이야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슨 갈등이 발생하면 곧바로 기세싸움으로 이어지고 확전으로 서로 상처입은 끝에야 비로소 어떻게든 결말이 난다.

지난 카드대란을 겪으며 부실 이미지를 두터운 먼지층처럼 뒤집어 쓰고 있는 카드업계로서는 실상이야 어떻든 일단 명분에서 몹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번 분쟁에서도 E마트 측은 카드사 부실의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일이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여신협회가 반박자료를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들 눈에 그런 반박내용이 제대로 이해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초반 이미지에서부터 점수를 깍인 것도 한 이유지만 반박하자면 매우 기술적인 설명이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도 대중을 설득하기는 매우 난감한 입장인 것이다.

E마트는 시민단체와 함께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마도 그 시민단체라는게 소비자단체들일 터이고 수수료율 인상은 가격인상이라는 대중적 인식이 있는 한 소비자단체들로서는 그 싸움에 일단 끼어들게 되면 논리적 판단에 따른 중재보다는 유통업체 쪽 입장에 기울어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단체 입장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분쟁에서도 보이듯이 요즘 웬만한 사안이면 애당초 서로 말로 밀고 당기고 협상하는 과정은 아예 생략된채 서로 힘겨루기로 결판내려는 분위기가 사회 도처에 난무해 참으로 아슬아슬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뻑하면 집단행동을 불사한다고 나서는 이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길거리 교통사고 현장에서부터 국회의사당까지 목청 큰 놈이 이긴다는 숱한 실증사례들을 봐 온 탓인지 일단 목청부터 돋구고 보는 것이다.

공권력이 한발 물러난 틈새로 건강한 공동체의 삶을 지향하던 과거의 투쟁들과는 확연히 다른 가진 것 위에 더 갖기 위한 몰염치한 호통들이 새롭게 비집고 나오는 것이다. 이런 사회가 계속되다간 아이들 사교육이 목청 키우기 과외로 몰려가야 할 판이다.

그런 그들이 하나 간과하는 게 있다. 그 집단행동이란 게 이리저리 옭아매인 게 많은 이들이 다른 수단이 없어서 나서면 그 절박함 때문에 대중적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나 다른 수단 다 놔두고 불쑥 집단행동부터 나서면 정말 보는 이들이 질려버린다는 점이다.

과거 권위주의적이던 정권들이 공권력을 남용하면서 집단행동을 원천봉쇄시키는 모습을 많이 봐왔던 관계로 웬만하면 집단행동을 이해하려는 정서적 분위기가 아직 남아 있긴 하다.

하지만 근래들어 그런 사회분위기가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 비인간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절박한 생존투쟁이 아닌 집단이기주의에는 더 이상 박수를 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는 이해할 수 있는, 객관적 타당성을 지닌 주장에만 선택적으로 호응해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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