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카드사 담합조사 왜 시작했나?
공정위, 카드사 담합조사 왜 시작했나?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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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기관 조사통해 물밑 조율할 듯...할인점, 가단협 앞세워 목소리 높여
당국, 분쟁 확산되자 불개입입장서 선회 조사 착수
카드사 수익구조 왜곡 수수료 현실화 이외 대안 없어



그 동안 침묵해 오던 공정위가 지난 2일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인상과 관련해 담합 의혹을 포착했다며 비씨, KB, 삼성, LG 등 4개사와 여신금융협회에 대해 전격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 허선 경쟁국장은 2일 브리핑을 통해“지난 7월부터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상과정을 주의 깊게 주시해 오다 신세계, 이마트 등이 4개 카드사를 담합 혐의로 제소해 옴에 따라 조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조사 착수배경을 설명했다. 공정위는 또 가맹점 수수료 분쟁의 선두에 서 있는 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이하 가단협)에 대해서도 회원사 영업 제한 및 카드사 영업 방해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정위의 전면 조사로 카드 수수료 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그 중심에 서게된 공정위는 향후 어떠한 형태로든 물밑 조율에 나설 전망이다.

사실 재경부, 공정위, 금감원 등 관계당국은 그 동안‘불개입’의사를 밝혀 왔다.

시민단체들도 개입을 꺼릴 정도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아 양측에 자체 해결을 요구해 왔으나 분쟁이 점점 확산되자, 결국 개입 명분이 가장 좋은 공정위를 통해 개입을 하게 된 것이다.

정부가 카드 수수료 분쟁에 개입하기를 꺼리는 이유는 사안 자체가 어느 쪽도 노골적으로 편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즉, 명분은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에 있지만 영세 사업자 단체인 가단협측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금융당국은 지난 2년여 동안 카드특감을 통해 카드사가 과도한 금융영업 때문에 부실화 됐으며 그 해결 방안은 금융영업의 비중을 줄이고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부대업무 비중을 50% 이하로 낮추도록 규제했으며 카드사들도 연체 위험을 우려해 현금서비스 한도를 줄이고 카드론을 중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왔다. 그러나 그 동안 높은 영업수익을 실현했던 금융영업이‘자의반 타의반’으로 위축되자 이자수익이 급감했고 카드사들은 불가피하게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젠 장기 불황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사업자들이‘자신들도 먹고살기 힘들다’며 수수료 인상 반대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이번 수수료 인상이 대기업인 할인점에 국한됐는데, 이번 기회를 빌어 수수료를 인하해 보겠다는 영세 사업자들이 가세한 것이다.

정부는 영세 사업자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가단협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어 개입을 꺼렸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카드사와 할인점간의 수수료 분쟁이‘카드사와 全 영세 사업자’와의 갈등으로 비화됐으며 정작 분쟁의 발단이 된 할인점은 가단협을 앞세우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카드사 부실화가 사회 문제로 대두됐을 당시 정부는 물론 정계, 학계, 시민단체까지 ‘카드사의 신용판매 충실론’을 주장했던 것처럼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현실화는 불가피 하다.

카드사의 부실화는 여신금융회사에 자금을 제공해 준 은행, 투신, 보험 등 금융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수익 확대를 통한 경영정상화가 시급하며 그 방법은 가맹점 수수료 현실화밖에 없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올 상반기 카드사의 영업수익(카드부문)은 전년동기 대비 45.1%가 감소한 2조2천922억으로 집계됐다. 이중 할부수수료 수익은 무려 70.6%가 감소했으며 △현금서비스 수수료 64.3%, △가맹점 수수료 39.1%, △카드론 수익 37% 등 전 부문에서 크게 줄어들었다.

이 같은 카드사의 수익구조 왜곡은 향후에도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가맹점 수수료 현실화는 시급해 보인다.

한편 공정위의 수수료 담합 의혹 조사와 관련해 카드업계와 가단협측은 생존의 문제인 만큼 제재 조치가 있더라도 양보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있어 수수료 인상 분쟁이 쉽사리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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