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라이벌 바뀌면 전략도 바꿔야
[홍승희 칼럼] 라이벌 바뀌면 전략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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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아시안 축구전에서 한국의 클린스만 감독은 전략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고 한국팀이 준결승전에서 패배한 책임을 대중들로부터 추궁 받았다. 상대팀은 한국팀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한 반면 한국팀은 상대팀에 대한 전략분석도 없었고 선수들의 컨디션에 대한 고려도 안했다는 비난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역대 최강 라인업이라는 평을 들은 한국팀이 국제적 랭킹에서 한참이나 밀리는 상대팀에게 허무하리만치 패배한 원인을 축구 관계자가 아닌 대중들이 밝혀나가는 진귀한 광경이었다. 2002년 월드컵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올해 아시안 축구전의 결과는 아무리 막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상대에게 맞춤한 전략이 없으면 허무하게 패배하고 만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이런 현상은 스포츠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막강한 전력을 보유한 국가가 무능한 지휘관에 의해 허무하게 전장에서 패하는 사례들은 많다. 그런 사례들만을 모아놓은 별도의 책이 나올 정도로.

이런 사례가 또 총칼로 맞붙는 전장에서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작은 전쟁은 전장에서 일어나지만 진짜 전쟁은 국제정치판의 외교·통상 무대에서 벌어진다. 그런 전쟁 중에 성장하는 국가와 몰락하는 국가가 나타난다.

외교와 통상은 별개가 아니다. 통상문제의 외교적 해법을 찾지 못할 때 물리적 충돌이 야기되고 때로는 여러 나라의 이권이 서로 얽히며 세계대전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지금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당장 몇 달 새에 세계대전이 터질 정도는 아니어도 이미 그 전초전의 성격을 띤 일부 전쟁지역들이 나타남으로써 주변국들 뿐만 아니라 이러저러 이권을 쫓는 국가들까지 판에 끼어들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무기수급의 어려움에 그동안 쉬고 있던 유럽의 방산업체들이 생산라인을 늘려가기 시작했고 미국이 선포한 신냉전으로 진영이 갈라지기 시작하면서 불안을 느낀 국가들은 앞다퉈 무기 증강 및 개량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변 정세가 늘 불안한 한국은 최근 들어 무기 개발역량이 대폭 증가하면서 세계 재래식 무기 시장에 거침없이 뛰어들어 적자로 돌아선 무역수지 개선에 한 몫 하고 있다. 동시에 기존 주요 무기생산국들의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한국의 방산물자 수출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직접적인 무기의 수출역사는 극히 짧다. 우리의 생산능력 문제도 있지만 미국의 간섭이 더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비약적 성장을 하며 국제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무기들이 등장하고 미국이 트럼프 정부에서부터 세계경찰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의지를 보이며 동시에 한국에 가해지던 각종 제약들이 해제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난 정부 시절부터 가성비를 앞세운 한국은 세계시장을 본격 공략해 나가기 시작했다.

주변국들로 인한 안보불안이 큰 한국의 특성상 첨단무기 개발능력 향상에도 힘을 쏟았지만 그 못지않게 소모성 무기의 생산능력을 늘 유지해온 덕분에 최근 급증하고 있는 세계 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할 능력을 갖고 있어서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한국은 보다 철저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되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2차 대전 이후 인류 역사에서 보자면 꽤 오랜 기간 평화를 구가해온 인류가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국제질서 재편은 당연히 충돌과 그로 인한 무수한 인명손실을 겪기 마련이고 그 후유증의 크기가 한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종전 한국은 국제적 외교·통상 무대에서 주역은 고사하고 조연도 안되는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외교적 선택도 단순한 판단에 기반한들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과거 경쟁했던 개발도상국들을 넘어 강대국들이 견제를 시작하는 대상으로 성장했다. 이는 방산 분야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개도국 간의 경쟁에서는 그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큰 판에 끼어들어 사전 견제의 대상이 된 현재는 국가의 존망을 건 싸움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아직 주역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주목받고 견제당하는 조연으로서 새로운 전략 하에 외교무대에 나서야 하고 그를 위한 국제정치의 새로운 철학을 정립해야만 한다. 똘마니처럼 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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