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잡스, 산 삼성 '위협'?
죽은 잡스, 산 삼성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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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프라임' 공개연기 속 '아이폰4S' 흥행 조짐…"추모분위기에 운신 폭 좁아져"

[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죽은 잡스가 산 삼성을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11일 미국 샌디에고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삼성 모바일 언팩 2011' 행사를 잠정 연기한다고 7일 밝혔다. 이 행사는 삼성과 구글이 공동 개발한 스마트폰 '넥서스프라임'이 첫 선을 보이기로 한 자리였다.

'넥서스프라임'은 구글의 최신 안드로이드 OS '아이스크림샌드위치 4.0'이 탑재되는 세계 첫 스마트폰이다. 롱텀에볼루션(LTE)과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이 적용된 최고 성능의 하이엔드폰이다.

애플이 기대했던 아이폰5가 아니라 아이폰4s를 내놓으며 실망감을 안긴 분위기에서 넥서스프라임의 등장은 시장의 판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강력한 이벤트로 기대를 모았다.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넥서스프라임 출시를 연기한 이유는 지난 5일 사망한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티브 잡스의 사망시점과 삼성전자의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 제기 시점이 교묘히 맞물리면서 삼성에 불리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회사 관계자들에게 잡스 추모기간 동안 애플과 진행 중인 소송 문제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사장)가 애플의 신제품(아이폰4s) 출시를 앞두고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며 반전을 꾀하던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실제로, 주가흐름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잡스의 사망이 발표된 직후인 6일(현지시간) 애플의 주가는 전날보다 0.23%내린 377.37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1.5%대 상승하기도 했다. 잡스가 오래전부터 췌장암과 합병증으로 투병을 해온데다 이미 CEO 자리에서도 물러난 상태여서 애플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한마디로 '예견된 악재'라는 얘기다. 미국 IT업계가 몰려있는 나스닥 지수는 잡스 사후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같은 날 삼성의 주가는 1.54% 오른 85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경쟁사를 상징하던 잡스의 죽음에도 상승폭은 전날(1.69%)에도 못미쳤다. 7일에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0.58% 오르는데 그쳤다.

삼성 입장에서 답답해 할만한 일은 또 있다. 애플의 '아이폰4S'가 하루 만에 '특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고인이 된 잡스의 사실상의 '유작'이란 점 때문에 제품에 대한 '실망감'은 순식간에 '흥행'으로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최근 지난 3분기 28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한 것으로 집계, 사상 처음으로 애플을 막 넘어선 상황이었다.

그러나, 히든카드 '넥서스프라임'의 개봉마저 지연되고 특허소송 이슈의 언급마저 못하는 가운데 애플제품에 대한 열광적인 분위기가 되살아나면서, 삼성의 점유율 1위 안착에도 빨간 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재용 사장이 언급한 '재밌는 일'이 무엇인지는 알수 없지만, 당초 생각과는 다른 '이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와관련, 한 증권사 연구원의 말이 의미 심장하게 들린다. 그는 "혁신과 창조의 아이콘인 잡스는 애플의 선장이 아니라 IT업계 전체의 선장이었다"며 "따지고보면 잡스가 남긴 길을 뒤따라가던 삼성 입장에서도 항로를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의 호실적도 삼성의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오히려 잡스 사후 조성된 추모 분위기에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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