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구조조정도 힘든 '중병'
증권업계, 구조조정도 힘든 '중병'
  • 임상연
  • 승인 2003.02.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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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수익성 악화로 합병 메리트 사라져
기존 합병사 고전도 M&A 주저케 하는 요인


증권업계 구조조정이 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시장변화에도 불구하고 증권업종 전반의 수익성 악화와 증시침체 장기화로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60여개에 달하는 증권사들이 위탁수수료 수익에 의존하는 똑같은 수익구조를 갖고 있지만 과당경쟁에 따른 평균 수수료율 하락 등 수익성 악화로 이전과 같은 인수합병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M/S가 감소하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위기돌파를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대형화, 전문화 등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 시장 여건도 마련돼 있지 않아 건설증권의 사례처럼 자진 청산 등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온라인거래 비중이 높아지면서 주식 선물 옵션 등 위탁부문 평균 수수료율은 지속적으로 하락, 지난 97년 0.5%에서 최근에는 0.17%로 급격히 떨어졌다.

반면 전산화 인건비 등 고정비용은 매년 증가해 증권업종의 영업수지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증권업종의 영업수지율은 지난 98년 200%대를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어 지난 2002년에는 120%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대형사 애널리스트는 “온라인거래 증가가 다소 정체돼 최근에는 평균 수수료율 하락도 멈춘 상태지만 시장 추이를 볼 때 단순 위탁거래는 온라인화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보다 위탁부문 평균 수수료율이 0.05%P만 하락한다면 대부분의 중소형증권사들의 시장생존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업종의 수익성 악화는 동시에 중소형 증권사의 합병을 통한 시장 생존율도 떨어뜨린다”며 “최근의 증시침체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합병은 사실상 생존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증시침체와 수익성 악화는 대형사들의 업태 전환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삼성 LG투자증권 등 대형증권사들도 투자은행 종합자산관리 등을 통해 시장 돌파구 마련에 나선 상태지만 위탁 등 기본적인 수익이 뒷받침되지 않아 전략을 수정하거나 연기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증시가 지난 9.11사태보다 더욱 안좋은 상태에 놓이면서 PB 등 수익다변화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변화보다는 지점 통·폐합 희망퇴직 등 감축경영으로 버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현대 3사 등 매각, M&A 불투명

증권산업의 이 같은 위기감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우증권 매각을 위해 제안서를 받기로 한 산업은행에 따르면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기업이 한 군데도 없다. 최근까지 대우증권은 우리금융 국민은행 등의 인수설이 나돌았다.

이에 산업은행 관계자는 “언제라도 인수사가 나타나면 협상에 나설 준비는 돼 있다”며 “시장에서 대우 인수설에 대한 소문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기업은 없다”고 밝혔다.

또 그는 대우증권 매각지연 가능성에 대해 “증시침체가 장기화되고 대우증권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태여서 현재로선 팔고 싶어도 수지가 맞지 않아 팔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해 대우증권의 주가가 적정한 수준까지 오르지 않는 한 매각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해 말까지 푸르덴셜과의 협상 진척을 보였던 현대 3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기침체와 대북문제 정권교체 등 정치 경제환경이 불투명해지면서 푸르덴셜 측이 이전과는 다르게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현대 3사에 대한 처리는 푸르덴셜의 요구대로 현대투신증권과 현대투신운용에 대한 매각 희망만 보였을 뿐 아직 답보상태”라며 “우선적으로 증시가 개선돼야 좀더 활발한 협상이 이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추가 공적자금 투입후 ‘합병후 매각’(P&A처리)이 유력시 되고 있는 한투 대투증권의 처리 문제는 현정부와 인수위간의 공적자금 추가 투입에 대한 이견으로 일보 후퇴한 상태다.

더욱이 증시침체로 자산처리 방식에 의한 공적자금 회수가 불리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등 처리 문제가 혼선을 빚고 있다.

▶ 굿모닝신한 등 부정적 사례도 한 몫

한화 메리츠증권 등과 같이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를 선언한 증권사들도 실상 별다른 진전이 없거나 가격협상 등 합병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전환증권사 인수를 선언한 한화증권은 제일투자신탁증권 인수가 유력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한화증권은 이미 본사 등 자산 매각으로 자금마련에 나선 상태며 조직개편 희망퇴직 등도 추진, 합병을 위한 슬립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매각협상에서 가격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협상테이블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CJ그룹은 최근 제일선물을 매각하는 등 금융부문 청산에 주력하고 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가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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