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장세의 꼭지는 어디일까?
유동성장세의 꼭지는 어디일까?
  • 김소현 SK증권 도곡PIB 센터 부장
  • sks.20110141@sk.com
  • 승인 2012.03.1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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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현 SK증권 도곡PIB 센터 부장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발표에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미국, 유럽증시는 신용위기이후 최고치로 마감했다. 2014년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언급과 경기 침체 시 추가적인 양적완화가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 때문이다. 또한, 유럽중앙은행(ECB)의 과감한 '머니 프린팅'도 끝났다.

지난달 말 마감된 유럽의 2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결과 5295억 유로의 자금이 유럽의 은행들에 풀리게 됐다. 유동성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는 계속될 전망이다. 작년 말 1차 프로그램 때 4892억 유로보다 액수가 늘었을 뿐 아니라, 유동성 공급이 유럽 재정 위기를 진정시키고 주가를 견인한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ECB의 조치는 남유럽 부도위기를 막았고 전세계 주식시장에 생각지도 못한 '신년 보너스(?)'를 주었다. 그러나 이번 2차 모르핀 주사는 이미 세상이 다 알고 있다. 남은 건 부작용이다. 부도의 고통은 막았고 고금리의 통증은 줄였지만 반대로 유가가 급등해 실물경제의 고통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유동성장세의 꼭지는 어디일까?

1차 LTRO이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한 건 외국인 매수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주가 수준을 고려할 때 지난 두 달 간 외국인이 11조의 자금을 시장에 투입한 것 같은 매수는 다시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 경험을 보더라도 외국인이 2~3개월 동안 시가총액의 2% 이상 주식을 사들인 경우가 한 번 밖에 없었다. 그만큼 지난 두 달 간의 외국인 매수세는 특이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미 현재 주가가 높아졌음을 감안할 때 이들의 시장 참여는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유동성장세의 특징은 돈이 강세 통화지역으로 도망간다는 것이다. 국가의 부도를 막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지만 약삭빠른 돈은 부도난 국가에 머무는 게 아니라 경기가 살아있는 곳으로 가거나 '내 돈'을 보전해 줄 안전한 대여금고의 역할을 하는 나라로 가 버린다. 유럽의 경제강국은 독일이다. 유럽에 풀린 돈의 귀착지는 결국 독일일 것이다. 독일 Dax지수를 보면 1차 유동성 모르핀 주사의 약효 지속기간을 볼 수 있다. 길어봐야 두 달이다.

결국 한 국가의 경제 건전성지표는 해당국 화폐의 가치다. 미국의 달러가치 하락은 미국 경제의 체력을 얘기해 준다. 단일통화로 엉성하게 묶인 유로가 위기에는 얼마나 취약한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 유로위기의 본질이다. 재정과 금융이 통합된 50개 나라로 구성된 미국연방(USA), 32개 나라로 구성된 중국연방(USC)은 잘만 가는 데 유럽연방(EU)은 매일 회의만 하다 시간을 다 보내기 일쑤다. 위기에는 속전속결이 상처를 키우지 않고 빨리 치료하는 방법인데 이런 점에서 유럽연합은 빵점이다.

어쨌거나 ECB의 LTRO 약발이 실물경제의 회복에 제대로 기여한다면 그 결과는 바로 유로환율에 나타나게 돼 있다. 이번 유동성 효과는 유로환율을 보면 된다. 독일 Dax지수가 선행지수고 유로화지수는 후행지수다. 유동성 장세에는 올라타는 것 보다 뛰어 내리는 것이 더 어렵다. 수익을 챙겼으면 일정부분 수익실현의 타이밍을 봐야 하는데 그 표지판은 바로 독일 Dax지수와 유로화지수다.

아울러 아시아에 들어온 핫머니는 선(先)홍콩, 후(後)한국이다. 홍콩에 상장된 우량기업은 모두 중국 본토기업이다. 우량기업이지만 주가는 변동성이 크다. 늘 거래가 가능한 홍콩시장에서 '뜨거운 자금'의 장단에 놀아나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와 비슷하다. 한국시장에 들어온 핫머니의 성격이 궁금할 때 홍콩시장을 보면 된다.

결국 이번 유럽의 유동성이 밀어 올린 장에서는 '유로화의 동향'과 '독일과 홍콩의 지수'를 체크하는 것이 시장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한 방법이다.

새로운 재료가 없을 때 주가는 현재에 대한 평가로 형성된다. 경기 방향 전환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는 대신 그 '폭'에 대해 부담감이 생기는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점은 후했던 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평가를 희석시키는 변화로 보는 것이 맞다.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 목표를 7.5%로 설정했다. 8%대였던 지난해에 목표치 이상의 성장을 보였던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역시 목표치보다 높은 성장을 예상할 수 있지만 3월 양회 이전 시장에서 중국 정부가 성장 정책을 취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변화다.

오랜 상승에 대한 피로도가 시장에 쌓이고 있다. 이 부분이 기존 재료에 대한 평가의 변화로 나타나고 있는데 당분간 KOSPI는 2100부근을 저항점으로 하여 시장이 좀 쉬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대응함이 언젠가는 썰물처럼 빠져나갈 유동성에 대해 더 큰 위험에 빠지지 않는 방법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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