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장유지' 적격성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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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유가증권 시장만이라도 '상장폐지 실질심사'란 명칭 대신 '상장유지 적격성 실질심사'라는 용어를 써야하지 않을까요?" (거래소 한 관계자)

대기업 한화의 상장폐지 실질심사는 연초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슈 가운데 하나다. 한국거래소가 한화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올린 후 '지나치게(?)' 신속하게 대상에서 제외시켰다는 점에서 특혜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당시 논란은 이미 주식시장의 관심 밖 이슈로 밀려난 모습이지만 한국거래소로서는 두고두고 뼈아픈 사례로 남게 됐다. 앞으로 유사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대기업 특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도 해당 논란을 불식시키는 방안으로 '명칭 변경'을 내부적으로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부터 한화의 경우 상장폐지 가능성은 거의 없었는데 심사 용어에 '상장폐지'라는 단어가 붙다보니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됐다는 것. 

지난 2009년 도입된 상장폐지 실질심사는 그동안 거래량, 시가총액 등 양적기준에서 한 발 더 나가 기업 회계 부정, 횡령 등 질적 심사 단계를 도입해 시장의 공정성을 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효과는 컸다. 특히 코스닥 시장만해도 제도 도입 3년간 횡령 배임, 상폐 기업 수가 감소하는 등 시장 건전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거래소가 주목하는 부분은 용어가 주는 '공포'다. 심사 용어에 '상장폐지'가 붙다보니 마치 상장폐지를 염두에 두고 심사에 나선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는 것.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가 사안의 경중을 떠나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약점을 드러낸 셈이다.

사실 유가증권 상장기업의 경우 코스닥 기업과 달리 상장폐지를 전제로 심사에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거래소 측 설명이다. 

이에 거래소 심사팀에서도 한화 이슈 이후 상장폐지 실질심사라는 용어를 '상장유지 적격성 심사'로 고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그러나 일괄적인 명칭 변경은 자칫 코스닥시장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유가증권시장에 한해 명칭을 변경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논의가 중단됐다.

하지만 취약점을 떠안고 갈 경우 한국거래소는 물론 투자자들의 혼란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여전히 시장에서는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오른 기업을 두고 '정말 상장폐지로 가느냐'란 투자자의 불안과 '아직 아니다'란 거래소의 실랑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명칭변경에 따른 거래소의 부담도 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무엇이 바람직한 방향인지 한번 더 고민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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