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당국의 '엇박자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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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유로존 금융위기 여파가 세계 실물경제로 본격 전이되는 모습이다. 급기야 금융당국 수장들 사이에서는 '대공황 수준의 위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엇박자만 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최근 금융위는 가계부채와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 가계부채 수준과 문제점 등을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안정화되고 있지만 가계부채의 전반적인 질 자체는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문제 해결의 또다른 책임자인 한은은 "저신용자·다중채무자 등 일부 계층에 기인한 문제점은 있지만 금융시스템에 위해를 가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처럼 양측이 전혀 다른 시그널을 주다보니 시장 참가자들의 혼란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정책 입안자들의 의사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신뢰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영향력이 사실상 '실종' 상태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정책협조는 등한시 한 채 '밥그릇 싸움'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불거진 한은의 단독 조사권 부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감독당국의 관리·대응 능력이 도마위에 오르자, 한국은행의 단독 조사권 문제가 재차 수면위로 떠올랐다. 단독조사권은 지난해 한국은행법 개정 당시 불거졌던 사안으로 한은이 금감원을 배제하고 은행을 직접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에 금융위와 금감원은 펄쩍 뛰었다.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아무 기관에 조사권을 줄 수 없다. 일부 헌법 훼손 등의 논란이 우려된다"며 법 개정을 통한 한은의 단독 조사권 부여 반대에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결국 단독 조사권 대신 공동 검사권을 부여받은 한은은 지난 4월 처음으로 금감원과 가계부채 관련 은행권 공동검사에 나섰다. 이후 한은은 감독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금감원 역시 협조의 뜻을 내비쳤지만 공동조사에 따른 내부갈등으로 피감기관만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실제 이들 기관들 역시 공동검사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알력다툼이 있다는 것을 일정부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각 금융당국마다 주어진 역할과 책임에서 일정부분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적당한 견제와 힘의 균형은 필요하다.

하지만 동일한 정책을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밥그릇 싸움에 급급할 경우 오히려 시장 참가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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