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9억 대출자가 하우스푸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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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인내스 이종용기자] 동대문구에 사는 무주택자 문모씨는 최근 정부의 하우스푸어 대책에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집주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출 받을 형편도 못되는 내 세금이 투입되는 꼴 아니냐"고 반문했다. 두달 뒤 전세 재계약을 앞둔 문씨는 전세금 올려달라는 얘기가 나올지 조마조마하다고 하소연했다.

가계부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이른바 '깡통주택'이 등장하면서 정치권과 금융당국, 은행들이 앞다퉈 하우스푸어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일부 대선 후보는 정부 재정 투입안까지 내놓았으며, 금융당국은 이를 비상대책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일련의 하우스푸어 대책에 대해 개념자체가 모호할 뿐더러 금융시스템의 근건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전 세계 어떤 교과서에도 하우스푸어의 정확한 정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사들도 하우스 푸어 개념을 상이한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중 KB경영연구소에서 내린 하우스푸어의 정의가 눈길을 끈다. 생활소득(가구별 월 평균소득에서 최저생계비 뺀 것) 가운데 원리금 상환분이 30% 이상이면서 자산대비 부채비율이 100%를 넘기는 가구라는 것이다.

이같은 기준에 따를 경우 9억원 이상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들의 22.3%가 하우스푸어다. 1억5000만원 미만의 저가 주택담보대출자 비중(13.2%)보다 현저하게 많다.

결국 무주택자의 입장에서 9억원 이상의 주택을 구입한 사람을 정부가 나서서 구제해주는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형평성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하우스 푸어 대책은 '자기책임원칙'을 져버리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같은 논리라면 주식을 산뒤 손해를 본 투자자나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도산한 기업도 피해금액을 보존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행 이자를 못낼 정도로 자금 상황이 어려운 하우스푸어가 '세일 앤 리스백' 등 구제책으로 잠깐 숨통을 틔운다 한들 재임대한 주택 월세를 원활히 내리라는 보장도 없다.

정부나 금융권이 가계부채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는 소식은 물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연말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의 포퓰리즘 정책은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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