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결자해지' 저축은행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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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김옥주 비대위원장이 버티고 있어 나갈 수가 없습니다"

지난 18일 부산 한국거래소 6층 국정감사장 옆 복도에서 때아닌 소란이 일었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이 복도와 연결되는 출입문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것.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국감이 끝날 때까지 정문 앞을 가로막았다. 이에 김정훈 정무위원장과 박민식 새누리당 간사, 김영주 민주통합당 간사 등이 김옥주 비대위원장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옥주 비대위원장은 저축은행 피해자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대다수 의원들은 황급히 자리를 떴지만 일부 의원들은 '알겠다'는 말로 이들을 달래는 모습이었다. 특히 김정훈 정무위원장과 박민식 의원은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유독 많은 부산을 지역구로 둔 만큼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에 앞서 김정훈 정무위원장은 지난 9일 금감원 국정감사 때 위원장은 질의를 하지 않는 관례를 뒤집고 권혁세 금감원장에게 "금감원, 금융위에서 저축은행 피해자들 도와달라고 오면 차단하고 해서 이 분들이 직접 국회로 온다"며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대책팀을 만들어서 결자해지하라"고 건의하는 일도 있었다.

사실 이번 거래소 국정감사 뿐만이 아니라 올해 국감에서는 이같은 광경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이날 국감 역시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코스콤, 한국기술신용보증기금 등 피감기관 면면을 살펴봐도 저축은행 사태와 크게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그런데도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국감장 이곳저곳에 포진하고 있는 것은 금융감독당국 감사를 수행하는 정무위원들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대한 종합감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정무위원들을 압박(?)하는 이같은 광경은 더욱 빈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날 사건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는 금융당국을 향한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금융당국이 '숨는' 통에 자신들이 대신 당하고 있다는 것.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예금보험공사가 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자료를 내주지 않고 꽁꽁 묶으니까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의원실로 온다"며 "의원실을 거쳐서 자료를 요청하면 그나마 낫다는 건데 일일이 이들의 편의를 봐줄 수만도 없는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물론 금융당국도 수많은 저축은행 피해자들을 일일이 대응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태의 경우 관리감독 부실에 기인했다는 측면에서 금융당국의 과오가 크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들 피해자들이 국회까지 찾아가도록 만들기에 앞서 좀 더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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