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 신도시 상권, 몰락 배경은?
'격세지감' 신도시 상권, 몰락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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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 오르며 분양가 상승…공실률 ↑
인근 신도시 상권까지 여파 미쳐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 지난해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위례신도시 일반상업용지와 주상복합(준주거)용지를 포함한 9개 필지에 대해 분양에 들어갔지만 주차장용지 한 곳 외에는 모두 응찰 대상을 찾지 못했다. 이 중에는 위례신도시 내 중심상권의 메인입지에 해당하는 부지들이 있었고 토지이용 가능시기도 빨라 무난한 매각이 예상됐지만 전혀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불과 3~5년 전만 해도 판교, 광교 등 수도권 남부 대표 신도시의 상가용지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판교 역세권 중심상업용지의 낙찰가율이 무려 190%를 상회하는 등 과열양상을 빚었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큰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도권 주요 택지지구 및 신도시 상가의 분양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기지역으로 많은 조명을 받았던 판교역세권, 서판교, 광교 도청부지 인근 등지에서 대거 미분양이 나고 공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에프알인베스트먼트가 판교역 주변과 서판교의 공실률을 조사한 결과, 2012년 12월 현재 판교역 중심상권의 준공상가 중 1층은 45.5%, 상층부는 63.4%가 비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판교 역시 전체 준공상가 14곳의 공실률은 54.7%에 달했다. 이러한 높은 공실률은 높은 분양가에 따른 임차수요의 외면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자의 수익률 하락을 의미한다.

기대를 모았던 판교의 몰락은 곧바로 이어진 광교신도시 상가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서판교와 비교했을 때 70% 수준, 판교역 중심상원에 비해 30~40% 수준의 분양가에 공급된 신대역 주변이 80% 이상의 높은 분양률을 보이며 선전하는 듯 했으나, 최근 실질적인 광교의 메인상권인 경기도청(에듀타운) 예정지 인근의 분양 성적이 떨어져 해당 시행사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이 같은 인기 신도시들의 분양률 하락에 대해 해당 지역의 높은 땅값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 부동산개발업체 관계자는 "판교나 광교처럼 이름값이 있는 지역은 보통 공급되는 예정가 자체가 비싸고 입찰경쟁도 치열해 토지를 매입한 뒤에도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어 사업이 제대로 흘러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높은 토지가가 분양가를 높이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도 "신도시 중에도 분양이 잘 된 지역, 이를테면 별내신도시나 송도1공구 주변을 보면 1층 분양가가 3.3㎡당 2000만원대에서 3000만원대 초반이기 때문에 임차인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며 "광교 신대역도 3.3㎡당 1000만원대에 공급된 생활대책용지에 세워진 근린상가는 분양가가 쌌기 때문에 잘 팔려나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프알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하나 밖에 안 팔려나간 위례신도시 9개 필지의 3.3㎡당 예정가는 평균 2070만원이었으며 이 중 주차장용지와 준주거용지를 뺀 3필지의 상업용지 예정가는 평균 2591만원이었다.

안민석 연구원은 "만약 낙찰가율이 150%였다면 3.3㎡당 3000만원 이상의 가격에 팔렸을 것"이라며 "이는 고스란히 분양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점포 한 칸당 7억~8억원 수준인 서판교와 비슷하게 가격이 책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위례신도시의 위치나 사업성을 서판교와 비교했었다. 이에 서판교 상가시장의 활성화 실패와 저조한 분양률이 위례신도시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할지 모른다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 상가 전문가는 "신도시의 네이밍이 그곳의 분양성을 판가름 짓는 시대는 지났다"며 "향후 투자자들은 점차 공급가에 더욱 민감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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