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대상 80%가 A등급…'못 믿을' 신용평가사
평가대상 80%가 A등급…'못 믿을' 신용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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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상 기업에서 부도발생…"신용평가 의미 퇴색"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평가대상 80% 기업에 'A등급' 이상을 부여하는 등 '신용등급 인플레' 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A등급 이상 기업집단에서 부도가 발생하면서 국내 신용평가사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현재 국내 3대 신평사(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가 부여한 국내 기업의 회사채 등급 중 A 등급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78.9%로 조사됐다. 회사별로 A 등급 이상 비중을 살펴보면 한신평이 82.6%, 나이스가 80%, 한기평이 74%로 나타났다.

A 등급 이상의 비중이 절대적이다보니 그 이하 등급은 기형적으로 작았다. 실제 BBB~B 등급의 비중은 평균 20% 수준이었으며, 특히 CCC 등급 이하는 1%에 불과했다.

이는 외국계 신용평가사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신평에 따르면 무디스는 평가대상 기업 가운데 27%에만 A등급 이상을 부여했으며, BBB~B 등급 비중은 62.6%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용평가에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평가사의 투자적격등급(BBB- 이상)의 부도율은 0.41%로 최근 10년 중에 가장 높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A 등급으로 분류된 웅진홀딩스의 회사채가 부도를 맞는 등 A등급 회사채에 대한 신뢰도마저도 크게 훼손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실제 위험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신용평가 외에 다른 통로를 통해 정보를 얻지 못하면 투자결정이 어려워지면서 시장도 함께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신용등급 인플레 현상을 막기 위해서 지난해 신용평가사의 독립성을 제고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놨다"며 "하지만 사건 이후 대기업 그룹의 연쇄 부실로 인해 회사채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수만개의 업체를 비교하는 해외 신평사와 달리 국내 신평사는 약 1000개 업체의 우량업체들에 대해서만 신용평가를 진행한다"며 "해외보다 A등급 이상의 비중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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